기업의 자기주식 취득은 대부분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이뤄지지만, 실제로는 소각되지 않아 주주환원 효과가 제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 정책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장기업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 현황'을 발표했다.

강 연구위원은 2015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 공시를 분석한 결과,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취득목적으로 공시한 기업이 전체의 94%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자사주 처분공시 중 처분목적을 소각 등 주주환원으로 밝힌 공시는 4.1%에 불과했으며, 과반(65.5%)이 임직원 성과 보상, 우리사주조합 출연,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등에 쓰였다.

강 연구위원은 "취득한 자기주식은 이익배당 지급, 상환주식 상환, 조직개편 대가로 지급되는 등 기업의 재량에 따라 다양하게 처분되며 주주 간 형평성을 침해하거나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신탁계약을 통한 간접취득은 직접취득과 경제적 실질이 동일함에도 취득 기간, 취득 강제성, 처분 가능성 등 직접취득에 비해 규제 강도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자사주 취득·처분이 주주환원 수단으로 신뢰를 얻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구체적으로는 직접취득 공시요건 강화, 간접취득 규제 조정을 통한 공시 신뢰성 제고 등을 제안했다.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은 '인적분할과 자사주 마법'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2000∼2021년 상장기업의 인적분할 144건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의 마법'은 주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현물출자 유상증자와 결합해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자사주의 마법'이란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회사의 자기주식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배정된 지분만큼 지배주주의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이후 지배주주의 지배력은 현저히 증가하는 반면, 외부 주주의 시가총액 보유 비중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자사주 마법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것은 자기주식의 경제적 실질에 대해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규제체계가 근본 원인"이라며 적절한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자사주 소각 않고 재량껏 처분…주주환원 효과 제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