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추가 금리인상 없을 듯…한미 금리 역전도 이미 반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 수준으로 동결한 가운데 증권가에서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지난 1월 5%대로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3월 4%대, 연말 3%대 초반으로 둔화될 가능성을 두고 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4월 이후 금통위 회의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번 통화정책 결정을 짙은 안개 속에서 잠시 운전을 멈춘 자동차에 비유하며 "이번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에도 증권가는 한은의 금리인상 국면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놨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경기보다 중요한 정책 요인이라고 밝혔지만 경기 둔화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이창용 총재는 부인했으나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경로는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물가 경로에 대한 전제와 물가 주의 정책을 강조하는 금통위의 입장은 곧 3월 이후 4%대 물가로만 진입해준다면 추가 인상은 굳이 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 역시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추가 인상을 할 수 있지만, 기자회견 중 원/달러 환율이 10원 가량 절상되는 등 원화 변동성이 지난 4분기보다 낮은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물론 미국의 '노 랜딩(No landing)' 가능성으로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리 동결 이후 원화 약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폭 확대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아직 낮다.

박 연구원은 "정책금리를 동결해야 할 정도로 국내경제 펀더멘탈이 취약해졌음은 원화 약세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가 반드시 원화의 추가 약세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시중 금리는 2%포인트 수준의 한-미간 금리 역전폭을 이미 반영하고 있고, 미국이 심각한 경기침체에 진입할 리스크가 낮은데다 지난해와 같은 킹달러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낮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추가 인상이 제한되는 등 금리고점이 가까워지면서 향후 금리 하락을 기대한 기관 자금이 움직일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임 연구원은 "금리 동결에도 안정적 원화, 하락하고 있는 코픽스 금리 등 통화정책의 경로가 크게 작동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은 여전히 추가 인상보다 동결을 우세하게 볼 것"이라며 ""원화의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국고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이를 비중확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불확실성은 미국 노랜딩 가능성과 연준 기준금리 상향, 그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이지만 이미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금리는 빠르게 레벨을 높여왔다"며 "기준금리와의 스프레드가 정상화되고, 역캐리 부담이 해소된 것은 기관들에게는 분명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