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던 국내 상온주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 분야의 전통 강자인 ‘델몬트’ ‘미닛메이드’ ‘썬키스트’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주춤한 틈을 타 ‘자연은’ ‘갈아만든배’ ‘초록매실’ 등 토종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주스시장, 토종 '자연은' '갈아만든배' 약진
23일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1위 주스 브랜드 델몬트의 지난해 판매액은 총 896억원이다. 한때 단일 브랜드로 연간 판매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적도 있지만, 2020년 961억원에 이어 2021년 938억원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9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미닛메이드와 썬키스트는 2년 새 순위가 한 계단씩 떨어졌다. 미닛메이드는 2020년까지만 해도 판매액 470억원으로 상온주스 시장 2위였다. 하지만 2022년엔 403억원으로 3위가 됐다. 썬키스트도 2020년 한 해 동안 340억원어치를 판 4위 브랜드였지만 지난해에는 판매액이 297억원에 그쳐 5위로 떨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웅진식품의 자연은, 초록매실, 해태htb의 갈아만든배 등 토종 브랜드는 약진했다. 샤인머스캣, 배, 매실 등 ‘비주류’ 주스가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킨 게 성과로 이어졌다.

2021년 출시한 샤인머스캣맛 주스로 인기를 끈 자연은이 대표적이다. 2020년 판매액 419억원으로 미닛메이드에 이은 3위였지만, 2021년 423억원으로 미닛메이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판매액이 457억원으로 늘어나며 3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웅진식품 관계자는 “이색 과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춰 샤인머스캣 주스 등을 내놨는데, 이런 확장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

숙취음료로 주목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갈아만든배도 썬키스트를 밀어내고 4위에 안착했다. 2020년 219억원, 2021년 269억원으로 판매액이 늘어난 데 이어 2022년에는 333억원으로 불어났다.

토종 브랜드들은 다양한 맛의 제품을 출시하는 걸 넘어 빠르게 변하는 음료 트렌드에 발맞춘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웅진식품은 제로음료 열풍을 반영해 설탕을 뺀 과일음료 ‘자연은 더말린’을 내놨다. 과일을 짠 농축액을 사용하는 전통 과일주스가 아닌, 말린 과일의 추출액을 활용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