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검찰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함을 거듭 주장했다.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기자간담회에서다. 이 대표는 “무법천지에는 담장이 필요하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및 당 대표직 포기 요구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이날 66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첫머리 발언에만 45분여를 할애해 검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가장 큰 쟁점인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이미 5~7년 전 벌어진 일이며 사건 내용은 바뀐 게 없다”며 “바뀐 것이 있다면 대선에서 패배했고 검사하던 분이 대통령이 됐고 수사 검사가 바뀌었을 뿐인데, (검찰의) 판단이 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재판이 시작되면 대표직 사퇴를 고려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가정을 하고 묻는 질문이라 답변하기 부적절하다”며 “경기지사 시절 2년간 재판에 시달렸지만, 그사이 경기도정 평가는 꼴찌에서 1등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상기해달라”고 했다. 검찰 기소가 이뤄져도 대표직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불체포특권 포기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는 당 안팎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검찰의 구속영장을 두고는 “이재명 빠진 구속영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이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수갑 찬 이재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영원할 것 같지만 정권·권력은 길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주어진 권력을 국가가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해, 정적 제거를 위해 남용하는 것은 범죄”라며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된 폭력의 시대”라고 했다.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출석차 국회를 찾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바로 그 이야기를 판사 앞에 가서 하시면 된다”고 했다. 한 장관은 “만약 이 대표 말씀처럼 다 조작이고 증거가 하나도 없다면 대한민국 판사 누구라도 100%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체포) 특권 뒤에 숨으려는 이유를 국민들께서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사람이든 짐승이든 두려움에 떨면 말이 강해지고 목소리가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아무리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끝내 본인이 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설지연/원종환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