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자로 수출을 막으려는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와 이에 맞선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 사이에 진행되던 국제 중재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양측은 타협안을 논의하기 위해 공식적인 중재 진행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쟁이 해소되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23일 법조계와 발전업계 등에 따르면 양측은 중재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요청서를 지난달 대한상사중재원(KCAB)에 제출했다. 합의를 위해 국제 중재 절차 진행을 잠시 멈춰달라는 요청이다. 지난해 한수원과 한전은 웨스팅하우스를 상대로 KCAB에 국제 중재를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가 지난해 10월 미국 법원에 한수원의 한국형 원자로 수출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사의 원자로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이 개발됐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의 원전 수출을 위해선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에너지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로열티 지급 없이 국내외에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실시권’이 기술 사용 협정문에 명문화돼 있어 수출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수원은 아울러 미국 법원에 중재 강제 명령 등을 신청했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계약에는 분쟁이 발생할 때 KCAB 중재로 해결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소송전을 길게 끌기보다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국제 원전 수주전에선 한·미 간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소송을 오래 끄는 건 (한·미) 둘 다 죽는 길”이라며 “(그렇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원전시장을 다 가져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KCAB에 중재 절차 진행을 45일간 멈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한은 오는 26일 만료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중단 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의장 중재인 선임 등 공식적인 중재 절차가 다음주부터 진행된다. 양측이 중단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