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분열의 씨앗' 이야기꾼들부터 추방하라"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명저 <국가> 마지막 부문엔 뜬금없는 대목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의미심장하기도 하지만. 플라톤은 유토피아에 이르기 위해선 이야기꾼(시인)을 모조리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야기꾼을 혐오하는 그의 마음 한쪽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탁월한 이야기꾼이자 고대 그리스의 희극 시인 아리스토파네스는 연극 ‘구름’에서 소크라테스를 사기꾼으로 몰았다. 대중은 그의 이야기에 심취했고, 결국 소크라테스는 독미나리를 마시고 고통 속에 죽어갔다.

<이야기를 횡단하는 호모 픽투스의 모험>은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 등의 전성시대에 이야기가 가진 전염성을 경고한다. 미국 워싱턴제퍼슨대 영문학과 연구원이자 <스토리텔링 애니멀> 등으로 유명한 조너선 갓셜이 썼다.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 ‘호모 픽투스(Homo Foictus)’다. 하지만 저자는 스토리텔링의 특성을 ‘구슬림의 마법’이라고 규정한다. 상대를 이야기로 매혹하는 것은 공감, 이해, 평화 증진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분열, 불신, 증오의 씨앗을 뿌리는 데도 더없이 효과적”이라고 경고한다. 히틀러, 스탈린 등은 이를 악용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저자는 “의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장·위조된 이야기 등을 선별해 낼 수 있어야 가치 있는 이야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