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피아노는 원래 고급 가구회사가 팔았다
피아노는 탄생 초기부터 고급 가구 대접을 받았다. 예술적 소양을 갖춘 격조 있는 집안의 장식품이었다. 세바스티앵 에라르, 존 브로드우드 등 초기 피아노 제작자들이 가구를 만들어 팔던 집안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피아노는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는 악기이지만 인간 세상과 함께 호흡한 동반자였다. 어디 피아노뿐이겠는가. 역사 좀 있다 싶은 악기들은 모두 그렇다.

신간 <그림, 클래식 악기를 그리다>는 악기를 소리를 내는 물체로서가 아니라 유럽의 사회와 문화, 경제를 풀어내는 주인공으로 다룬 인문 교양서다.

흔히 클래식 음악 하면 세기를 뛰어넘는 명작이나 화려한 무대 위에서 빠른 손놀림을 구사하는 연주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유명 작곡가의 생애도 관심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부분은 개의치 않는다.

피아노 바이올린 팀파니 류트 플루트 하프 등 여섯 가지 클래식 악기로 옛날이야기를 전한다. 악기 제작과 개량의 역사, 특정 사건에서의 악기의 역할, 악기를 통해 바라본 사회상 등에 집중한다. 당대 악기 모습이 담긴 50여 점의 회화를 볼거리로 제공한다.

그간 잘 다뤄지지 않았던 악기를 주축으로 풍부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