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의 옵션이 고급·다양화하면서 전용면적 84㎡ 기준 풀옵션과 기본형의 분양가 차이가 1억원 이상인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외국산 타일과 원목마루 등 강남 고급빌라·주상복합에 쓰이던 마감재가 옵션에 대거 포함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에어컨, 공조장치 등의 첨단화도 옵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부에선 분양가격이 싸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노리고 건설비를 옵션에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 넣으면 1억"…車 뺨치는 아파트 옵션

○기본형과 풀옵션 가격 차 1억원

24일 모델하우스 문을 연 서울 양평동 영등포자이디그니티 단지 전용 84㎡는 기본형 분양가격이 11억7900만원(11층 이상)인 데 비해 인테리어 특화, 시스템에어컨 등 모든 옵션을 채택한 가구는 약 12억8443만원에 달했다. ‘풀옵션’ 가격이 약 1억1000만원인 셈이다.

타입별로 약 2500만~2700만원이 드는 인테리어 특화 옵션은 1200도 화덕에서 굽는 이탈리아산 포셀린 타일, 유럽산 세라믹 주방상판, LED(발광다이오드) 간접조명 등 고급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1387만원의 화장실 특화를 고르면 10만~30만원짜리 대림 변기 대신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콜러의 수백만원짜리 비데 일체형 변기가 설치된다.

자동차처럼 일부 옵션을 패키지로 만들기도 했다. ‘주방 스타일업’ 옵션은 독립형 레인지후드, 우물천장과 간접조명 등이 일괄 적용된다. ‘욕실 스타일업’은 욕실 마감재와 도기 등을 모두 고급으로 교체하는 옵션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과거 일부 건설사가 발코니 확장에 아트월과 가구 등을 묶어 강매한 것과 결이 다르다”며 “품목별로 선택할 경우 공사가 복잡해져 건설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추려면 패키지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당계약을 마친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최고급 인테리어와 가전 등 옵션이 20여 가지에 달했다. 1900만원짜리 이탈리아 명품 가르벨로또 원목마루, 칼라카타 대리석 주방상판 등 최고급 마감재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585만원을 추가하면 부엌 붙박이장 깊이와 똑같이 주문 제작한 삼성비스포크 냉장고가 설치된다.

옵션 고급화는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분양한 더샵아르테는 독일제 명품 주방가구 노빌리아를 사용한 2800만원짜리 주방 옵션을 내놓기도 했다. 재건축 정비업체 관계자는 “바닥재나 시스템에어컨 같은 옵션은 처음에 설치하지 않고 나중에 추가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공사도 어려워 미리 선택하는 게 좋다”며 “반면 나중에 교체할 수 있는 것은 가격을 비교해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높은 옵션가격에 분양가 착시

필수 옵션 가격을 올려 받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낮게 보이게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오른 공사비를 분양가에 반영하기보다 옵션 비용으로 보전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항목이 발코니 확장 비용이다. 전용 84㎡ 기준 영등포자이디그니티의 발코니 확장비는 2695만원이고, 힐스테이트평택화양은 최고 3100만원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말 광명에서 분양한 철산자이더헤리티지는 전용 84㎡ 기준 556만원, 고급창호를 썼다는 둔촌주공도 발코니 수에 따라 1164만~1884만원이었다. 건설사별 발코니 확장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창호와 외관 마감재를 고급화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발코니 확장 비용이 올라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