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다시 주목받는 HMM…민영화 스토리가 업황악화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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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산은의 매각 추진 가속화 소식에 주가 ‘들썩’
15조원 현금 쥐고도 해운 이외 분야 투자엔 소극적
업황 악화 속에서 제 값 인정받을지는 미지수 예상됐던 업황 악화지만,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지니 무서울 정도입니다. 해상운임 이야기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참 잘 나갈 때는 5000포인트를 넘어섰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년도 지나지 않아 5분의1토막이 났습니다.
국내 최대 국적 컨테이너 선사인 HMM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작년 한 해에만 1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올해에 대해서는 적자 가능성이 거론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3일과 24일 HMM 주가는 각각 직전 거래일 대비 3.87%와 1.10% 치솟았습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매각 가능성이 부각된 영향이죠. 워낙 덩치가 큰 종목이라 오름폭이 좀 작아 보이긴 하지만, 암울한 전망 속에서 뉴스가 나오자 눈에 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인수·합병(M&A) 테마주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산은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지분 매각이 HMM에 대한 투자심리를 개선시킬지, 아니면 단순한 주가 들썩임으로 지나갈지 가늠해보죠.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HMM의 펀더멘털이 강화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에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더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죠.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사태를 부른 해운업 위기 이후 HMM(당시 현대상선)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산은의 자회사로 편입됩니다. 재무적으로 급한 불을 끄고 난 뒤에도 장기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코로나 확산 사태 이후 글로벌 물류망 붕괴 속에서 호황을 맞았습니다. 2021년 7조37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코로나 사태 전까지 수년동안 기록한 적자를 한 방에 해결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습니다. 작년 영업이익은 9조9455억원으로 더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현금성 자산이 15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문제는 팬데믹 기간 중에 떼돈을 벌어들인 해운사가 HMM뿐만이 아닌데, ‘주인 없는 회사’인 HMM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물론 HMM도 새로운 추진 연료를 사용하는 신조 선박을 발주하고 항만을 사들이는 등 해상 물류 분야에 대한 투자에 나서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톱티어 해운사들의 행보와 비교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1~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의 MSC의 경우 해상 운송 뿐만 아니라, 육상·항공 운송에까지 진출해 종합물류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M&A에 나서기까지 했었거든요.
‘HMM 민영화’로도 불리는 산은·해진공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새로운 주인은 이전보다 더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겁니다.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시가총액 11조원대의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약 15조원의 현금으로 배당이라도 하겠죠. 어느 쪽이든 HMM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산은과 해진공이 HMM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지만,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우선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부터 불투명하죠.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HMM 인수대금으로 4조~5조원 수준이 이야기돼왔습니다. 하지만 인수 후보들이 호황기 때부터 거론되던 값을 다 치르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해운업황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죠. 증권가에서는 올해 HMM의 적자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MM의 작년 4분기 실적 리뷰(분석) 리포트의 제목을 ‘올해 흑자만 유지된다면’이라고 달았습니다.
그는 “이달 첫째주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000포인트대가 깨졌다”며 “올해 1분기의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고, 2분기는 장기 화물운송(SC) 계약 재계약 시점으로, 지금의 스팟시황을 반영해 운임이 전년 대비 크게 하락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하반기로 가면 신규 선박들이 대거 시장에 들어올 예정으로, 아직 이익의 바닥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죠.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SCFI는 해상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주는 지표로,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5000포인트대를 웃돌았다가, 5분의1 이하로 하락했습니다. 그럼에도 HMM이 호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장기 화물운송 계약이었죠.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평균 SCFI가 1375포인트로 전년 대비 70.7%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HMM의 편균 컨테이너 운임은 같은 기간 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당 1615달러로 50% 하락하는 데 그쳤다”며 “스팟 대비 높은 장기화물계약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의 해상운임지수 약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2분기에 장기계약 재계약 시점에 불리할 수 있겠지만, 선복(선박 내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 공급을 줄여 운임 하락을 방어할 이벤트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환경 규제 도입입니다. 2013년 이전 건조된 선박 중 400톤(t) 이상인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20% 이상 감축하도록 하는 에너지효율지수(EEXI) 제도, 선박이 1톤의 화물을 1마일 운송하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바탕으로 지수를 매겨 상위 3개 등급까지만 시장에 머물 수 있게 해주는 탄소집약도지수(CCI)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해운업계에서는 두 규제로 인해 선복이 감소해 신조 선박 진입으로 인한 선복량 공급 확대를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원양 컨테이너 운송 분야에서 만큼은 HMM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초기 다른 글로벌 해운사들이 선복량을 줄일 때 HMM은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대거 도입했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후에도 선박 투자를 지속했습니다. 해운사로만 본다면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뜻이죠.
다만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2조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영 정상화 전 재무 상태가 취약한 HMM의 부채비율을 늘리지 않고 공적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자본으로 인식할 수 있는 영구채를 발행했지만,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HMM의 발행주식 총수보다 많습니다. 산은·해진공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HMM 지분 매각 대금이 올라가 인수 후보를 구하지 못할 우려가 생기고, 그대로 영구채로 놔두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항 때문에 HMM의 재무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산은의 매각 추진 가속화 소식에 주가 ‘들썩’
15조원 현금 쥐고도 해운 이외 분야 투자엔 소극적
업황 악화 속에서 제 값 인정받을지는 미지수 예상됐던 업황 악화지만,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지니 무서울 정도입니다. 해상운임 이야기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참 잘 나갈 때는 5000포인트를 넘어섰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년도 지나지 않아 5분의1토막이 났습니다.
국내 최대 국적 컨테이너 선사인 HMM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작년 한 해에만 1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올해에 대해서는 적자 가능성이 거론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3일과 24일 HMM 주가는 각각 직전 거래일 대비 3.87%와 1.10% 치솟았습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매각 가능성이 부각된 영향이죠. 워낙 덩치가 큰 종목이라 오름폭이 좀 작아 보이긴 하지만, 암울한 전망 속에서 뉴스가 나오자 눈에 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인수·합병(M&A) 테마주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산은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지분 매각이 HMM에 대한 투자심리를 개선시킬지, 아니면 단순한 주가 들썩임으로 지나갈지 가늠해보죠.
뒤처진 해운 이외 분야 투자 따라잡을 가능성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지분 매각 이야기도 새롭게 나온 이야기는 아닙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HMM 실적이 개선된 2020년부터 꾸준히 제기됐죠. 갑자기 다시 주목받은 배경은 산은과 해진공이 주요 증권사·법무법인·회계법인을 상대로 각각 HMM 지분 매각을 위한 금융·회계·법률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죠. 당초 컨설팅을 거쳐 매각에 나설 계획이었는데, 컨설팅을 생략하면서 매각 일정이 두 달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HMM의 펀더멘털이 강화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에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더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죠.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사태를 부른 해운업 위기 이후 HMM(당시 현대상선)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산은의 자회사로 편입됩니다. 재무적으로 급한 불을 끄고 난 뒤에도 장기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코로나 확산 사태 이후 글로벌 물류망 붕괴 속에서 호황을 맞았습니다. 2021년 7조37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코로나 사태 전까지 수년동안 기록한 적자를 한 방에 해결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습니다. 작년 영업이익은 9조9455억원으로 더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현금성 자산이 15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문제는 팬데믹 기간 중에 떼돈을 벌어들인 해운사가 HMM뿐만이 아닌데, ‘주인 없는 회사’인 HMM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물론 HMM도 새로운 추진 연료를 사용하는 신조 선박을 발주하고 항만을 사들이는 등 해상 물류 분야에 대한 투자에 나서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톱티어 해운사들의 행보와 비교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1~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의 MSC의 경우 해상 운송 뿐만 아니라, 육상·항공 운송에까지 진출해 종합물류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M&A에 나서기까지 했었거든요.
‘HMM 민영화’로도 불리는 산은·해진공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새로운 주인은 이전보다 더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겁니다.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시가총액 11조원대의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약 15조원의 현금으로 배당이라도 하겠죠. 어느 쪽이든 HMM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산은·해진공, 업황 악화 속에 제값 받고 팔 수 있을까
인수 후보로는 CJ대한통운, 현대차그룹, LX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해운업계에서는 SM그룹과 장금상선이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요.산은과 해진공이 HMM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지만,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우선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부터 불투명하죠.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HMM 인수대금으로 4조~5조원 수준이 이야기돼왔습니다. 하지만 인수 후보들이 호황기 때부터 거론되던 값을 다 치르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해운업황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죠. 증권가에서는 올해 HMM의 적자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MM의 작년 4분기 실적 리뷰(분석) 리포트의 제목을 ‘올해 흑자만 유지된다면’이라고 달았습니다.
그는 “이달 첫째주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000포인트대가 깨졌다”며 “올해 1분기의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고, 2분기는 장기 화물운송(SC) 계약 재계약 시점으로, 지금의 스팟시황을 반영해 운임이 전년 대비 크게 하락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하반기로 가면 신규 선박들이 대거 시장에 들어올 예정으로, 아직 이익의 바닥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죠.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SCFI는 해상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주는 지표로,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5000포인트대를 웃돌았다가, 5분의1 이하로 하락했습니다. 그럼에도 HMM이 호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장기 화물운송 계약이었죠.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평균 SCFI가 1375포인트로 전년 대비 70.7%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HMM의 편균 컨테이너 운임은 같은 기간 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당 1615달러로 50% 하락하는 데 그쳤다”며 “스팟 대비 높은 장기화물계약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의 해상운임지수 약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2분기에 장기계약 재계약 시점에 불리할 수 있겠지만, 선복(선박 내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 공급을 줄여 운임 하락을 방어할 이벤트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환경 규제 도입입니다. 2013년 이전 건조된 선박 중 400톤(t) 이상인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20% 이상 감축하도록 하는 에너지효율지수(EEXI) 제도, 선박이 1톤의 화물을 1마일 운송하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바탕으로 지수를 매겨 상위 3개 등급까지만 시장에 머물 수 있게 해주는 탄소집약도지수(CCI)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해운업계에서는 두 규제로 인해 선복이 감소해 신조 선박 진입으로 인한 선복량 공급 확대를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원양 컨테이너 운송 분야에서 만큼은 HMM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초기 다른 글로벌 해운사들이 선복량을 줄일 때 HMM은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대거 도입했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후에도 선박 투자를 지속했습니다. 해운사로만 본다면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뜻이죠.
다만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2조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영 정상화 전 재무 상태가 취약한 HMM의 부채비율을 늘리지 않고 공적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자본으로 인식할 수 있는 영구채를 발행했지만,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HMM의 발행주식 총수보다 많습니다. 산은·해진공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HMM 지분 매각 대금이 올라가 인수 후보를 구하지 못할 우려가 생기고, 그대로 영구채로 놔두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항 때문에 HMM의 재무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