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을 유인하기 위해 반도체 기업에 390억달러(약 5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신청 대상이다. 다만 미국이 향후 10년간 중국에 신규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만 보조금을 주는 조건을 고수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조지타운대에서 “다음주 화요일(28일)부터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유인하는 취지”라며 “반도체지원법의 목적인 미국 국가안보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계획을 제출한 기업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 지원금’(110억달러) 등에 5년간 총 527억달러의 예산을 편성하는 반도체지원법을 공포했다. 이번에 먼저 신청받는 보조금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주는 반도체 생산 보조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보조금을 신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첨단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문제는 보조금에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있다는 점이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해 미국이 지정하는 ‘우려 대상 국가’에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기로 상무부와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을 신청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가드레일 조항에서 ‘범용(legacy)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존 시설 운영은 제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범용 반도체 기준은 다음달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규정에 관한 세부 지침에서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0년간 중국에 신규 투자가 어려워진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범용 반도체라도 생산능력을 확대할 경우 대부분을 중국 내수용으로 생산해야 한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