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원 집값 통계, 체감력 낮아…실거래가 반영 높여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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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민간 학회 공동 세미나서 주장
전문가 "부동산원 주간동향 조사 필요한지 의문", "통계 독립성 필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가격 통계가 실거래가 수준을 반영하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연구원 황관석 박사는 24일 한국주택학회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한국부동산분석학회 공동 세미나에서 '주택가격지수 특성 비교와 개선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이전 정부 시절의 집값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논란과 감사원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황관석 박사는 이날 현재 주택가격을 조사하는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부동산R114의 2006년 1월부터 2021년 12월 사이 시세를 실거래가 지수와 비교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2021년 12월 기준의 실거래가 지수 수준을 1.00으로 가정할 때 R114 지수는 1.17배가 높았고, 부동산원과 KB지수는 각각 0.79배, 0.85배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R114 지수가 실거래가지수보다 1.02배 높은 반면, 부동산원과 KB지수는 각각 0.64배, 0.76배 낮았다.
조사기간내 주택가격 지수의 전년동월대비 평균 변동률은 전국 기준 R114 시세가 5.8%로 가장 높았고 실거래가지수가 4.9%이며, KB지수는 4.0%, 부동산원 지수가 3.5%로 가장 낮았다.
실거래가지수를 기준으로 R114 시세는 변동률이 더 높았고, 부동산원은 1.4%포인트 격차로 더 낮은 것이다.
2006년 1월을 기준(100)으로 2021년 12월 현재 부동산원과 KB의 주택가격지수 격차는 전국의 경우 -20.0포인트, 수도권은 -15.0포인트, 서울은 -36.7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특히 부동산원과 KB 지수는 조사 기간 동안 실거래가지수에 1개월 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집값 확장기(상승기)보다 수축기(하락기)에 상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개 조사기관은 주택가격 조사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데, 부동산원은 조사 표본(전체 4만6천170호·아파트 3만5천호)을 정한 뒤 전문조사원이 직접 실거래가를 반영한 거래 가능가격을 입력하는 반면, KB국민은행과 부동산R114는 전수조사(KB는 작년 11월부터) 방식으로 공인중개사를 통한 호가 기반의 가격을 시세로 본다.
황 박사는 "일반적으로 부동산원처럼 표본조사를 통해 얻는 주택 가격 지수는 실제 거래가격의 변화를 전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지수 평활화의 특징을 가진다"며 "특히 시장 수축기에 주택시장의 하방 경직성 때문에 변동성이 낮아지는 평활화 효과가 커졌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특히 "KB나 R114 지수는 전체 단지의 호가 정보를 토대로 조사해 가격 정보가 많지만, 부동산원의 표본주택 조사 가격은 지금과 같은 거래 공백기에 표본주택의 실거래가 정보가 없는 경우 가격 정보가 부족하게 된다"며 "조사대상 표본의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 유사 사례를 활용하거나 최근 6개월 이내 거래 사례를 활용해 '거래가능가격'을 산정하지만 이때 조사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원은 주택가격의 체감력을 높이기 위해 인근 단지의 실거래 가격 정보를 활용한 거래사례 비교법을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황 박사는 주장했다.
또 아파트 가격 조사에서 서로 다른 주간통계와 월간통계의 표본을 하나로 일치시키고, 주간과 월간 조사를 연계해 하나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분석이 최근 집값 하락 이후 현재 3개 조사기관의 시세 변동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집값 하락으로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값은 전국이 4.68%, 서울이 4.75% 떨어진 반면, KB는 이보다 낮은 전국 3.12%, 서울 2.96%의 하락을 보였다.
R114는 전국 1.70%, 서울 1.06% 하락했다.
3사 가운데 부동산원의 시세가 가장 많이 떨어져 집값 하락기에 상대적으로 실거래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지난해 극심한 거래 절벽 속에 급급매만 거래가 이뤄지면서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국이 16.84%, 서울이 22.09% 떨어져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진 2008년(-10.21%)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부동산원 집값 통계 개선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명지대 이상영 교수는 "집값 조사는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되면서 (급격한 가격 변동을 축소시키는) 평활화 문제가 있는 반면, 실거래가 지수는 집값 띄우기 목적으로 1년 뒤 계약이 취소될 경우 통계가 왜곡되는 문제가 있어 역시 집값 변동을 설명하는 데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원의 집값 조사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아파트값 주간 동향 조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고 주간동향으로 정책 의사결정을 하려는 것도 낭비라고 생각된다"며 "통계 논란을 잠재우려면 원천 사용한 데이터를 다 오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통계 조작 논란과 관련해 한국부동산원 조사의 독립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양대 이창무 교수는 "최근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통계 논란은 단순히 조사 방법론만의 문제는 아니며 공공지수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문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정부가 예산지원 등으로 부동산원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다고 보여진다"며 "독립적인 지수 생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전문가 "부동산원 주간동향 조사 필요한지 의문", "통계 독립성 필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가격 통계가 실거래가 수준을 반영하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연구원 황관석 박사는 24일 한국주택학회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한국부동산분석학회 공동 세미나에서 '주택가격지수 특성 비교와 개선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이전 정부 시절의 집값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논란과 감사원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황관석 박사는 이날 현재 주택가격을 조사하는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부동산R114의 2006년 1월부터 2021년 12월 사이 시세를 실거래가 지수와 비교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2021년 12월 기준의 실거래가 지수 수준을 1.00으로 가정할 때 R114 지수는 1.17배가 높았고, 부동산원과 KB지수는 각각 0.79배, 0.85배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R114 지수가 실거래가지수보다 1.02배 높은 반면, 부동산원과 KB지수는 각각 0.64배, 0.76배 낮았다.
조사기간내 주택가격 지수의 전년동월대비 평균 변동률은 전국 기준 R114 시세가 5.8%로 가장 높았고 실거래가지수가 4.9%이며, KB지수는 4.0%, 부동산원 지수가 3.5%로 가장 낮았다.
실거래가지수를 기준으로 R114 시세는 변동률이 더 높았고, 부동산원은 1.4%포인트 격차로 더 낮은 것이다.
2006년 1월을 기준(100)으로 2021년 12월 현재 부동산원과 KB의 주택가격지수 격차는 전국의 경우 -20.0포인트, 수도권은 -15.0포인트, 서울은 -36.7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특히 부동산원과 KB 지수는 조사 기간 동안 실거래가지수에 1개월 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집값 확장기(상승기)보다 수축기(하락기)에 상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개 조사기관은 주택가격 조사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데, 부동산원은 조사 표본(전체 4만6천170호·아파트 3만5천호)을 정한 뒤 전문조사원이 직접 실거래가를 반영한 거래 가능가격을 입력하는 반면, KB국민은행과 부동산R114는 전수조사(KB는 작년 11월부터) 방식으로 공인중개사를 통한 호가 기반의 가격을 시세로 본다.
황 박사는 "일반적으로 부동산원처럼 표본조사를 통해 얻는 주택 가격 지수는 실제 거래가격의 변화를 전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지수 평활화의 특징을 가진다"며 "특히 시장 수축기에 주택시장의 하방 경직성 때문에 변동성이 낮아지는 평활화 효과가 커졌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특히 "KB나 R114 지수는 전체 단지의 호가 정보를 토대로 조사해 가격 정보가 많지만, 부동산원의 표본주택 조사 가격은 지금과 같은 거래 공백기에 표본주택의 실거래가 정보가 없는 경우 가격 정보가 부족하게 된다"며 "조사대상 표본의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 유사 사례를 활용하거나 최근 6개월 이내 거래 사례를 활용해 '거래가능가격'을 산정하지만 이때 조사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원은 주택가격의 체감력을 높이기 위해 인근 단지의 실거래 가격 정보를 활용한 거래사례 비교법을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황 박사는 주장했다.
또 아파트 가격 조사에서 서로 다른 주간통계와 월간통계의 표본을 하나로 일치시키고, 주간과 월간 조사를 연계해 하나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분석이 최근 집값 하락 이후 현재 3개 조사기관의 시세 변동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집값 하락으로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값은 전국이 4.68%, 서울이 4.75% 떨어진 반면, KB는 이보다 낮은 전국 3.12%, 서울 2.96%의 하락을 보였다.
R114는 전국 1.70%, 서울 1.06% 하락했다.
3사 가운데 부동산원의 시세가 가장 많이 떨어져 집값 하락기에 상대적으로 실거래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지난해 극심한 거래 절벽 속에 급급매만 거래가 이뤄지면서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국이 16.84%, 서울이 22.09% 떨어져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진 2008년(-10.21%)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부동산원 집값 통계 개선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명지대 이상영 교수는 "집값 조사는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되면서 (급격한 가격 변동을 축소시키는) 평활화 문제가 있는 반면, 실거래가 지수는 집값 띄우기 목적으로 1년 뒤 계약이 취소될 경우 통계가 왜곡되는 문제가 있어 역시 집값 변동을 설명하는 데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원의 집값 조사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아파트값 주간 동향 조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고 주간동향으로 정책 의사결정을 하려는 것도 낭비라고 생각된다"며 "통계 논란을 잠재우려면 원천 사용한 데이터를 다 오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통계 조작 논란과 관련해 한국부동산원 조사의 독립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양대 이창무 교수는 "최근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통계 논란은 단순히 조사 방법론만의 문제는 아니며 공공지수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문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정부가 예산지원 등으로 부동산원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다고 보여진다"며 "독립적인 지수 생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