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포격으로 불 난 우크라 헤르손 쇼핑센터 / 사진=AP
러시아군 포격으로 불 난 우크라 헤르손 쇼핑센터 / 사진=AP
"여보. 여기 같은 지옥은 본 적이 없어"

23일(현지시간) AP통신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이 본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한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번 녹취록은 러시아군으로부터 도청한 통화 내역 2000여건 중 일부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자국 기지국을 통하는 러시아 병사들의 통화를 도청해 자국 군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 러시아 병사 A는 아내와의 통화에서 "많은 이들이 내가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만약 집에 돌아가게 된다면 왜 우리가 술을 마시는지 얘기해주겠다"며 "여기 같은 지옥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병사 B는 어머니와의 초기 통화에선 '총알 한 발 쏘지 않고 일주일 안에 키이우를 점령하는 일'이 러시아군의 목표라고도 설명했다.

현재 전쟁은 장기화 국면을 맞았다. 병사 B는 어머니에게 약탈 행위를 설명했다. 더 나아가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죽이고 있다는 취지의 상황도 알렸다. 그는 어머니에게 "민간인들은 도망치거나 지하실로 대피하라는 지시를 받았기에 거리에 돌아다니는 이들은 '진짜 민간인'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일부 러시아 군은 병가를 얻기 위해 자기 다리에 총을 쏘고, 가족에게 돌아갈 보상금을 위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자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사 C는 가족에게 통화로 "이곳은 나를 미치게 한다"며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인들을)죽이겠다"고 했다. 그는 전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