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낭비, AI 분석으로 미리 막습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의 순환경제 분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국내 스타트업이 이달 초 선정됐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음식물 쓰레기 절감 솔루션을 운영하는 누비랩이다. 순환경제는 자원을 재활용·절약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선순환 경제 모델을 뜻한다.

구글의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순환경제’는 구글이 순환경제 분야에서 최초로 내놓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구글이 선정 스타트업에 기술·클라우드 인프라·네트워킹 등을 10주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구글 사내외 전문가와 벤처캐피털(VC) 네트워크 등 각종 자원을 동원한다. 순환경제 관련 전문가, 기성 기업 등과도 네트워킹을 제공한다. 에스티 챙 구글 지테크 지속가능성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에 “음식물 쓰레기 관리는 순환경제 핵심 요소”라며 “누비랩과 함께 AI 기반 음식물 쓰레기 관리 플랫폼을 키워 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 양은 줄이고, 음식 여유분은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누비랩의 AI 음식 스캐너 ‘누비스캔’은 음식 적정량을 분석해 배식 단계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절감한다. 식당 이용자들의 배식량·섭취량·잔반량 등을 측정해 데이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개인의 음식 소비량을 예측해 다음에 준비해야 할 적정 음식량을 계산해주는 식이다.

자율주행용 순간 감지 기술, 이미지 AI 분석 기술 등을 활용했다. 음식을 내주는 배식구와 식기를 반납하는 퇴식구에 각각 스캐너와 센서를 설치해 식판을 가져다 대면 AI가 음식 종류와 양을 분석한다. 이를 통하면 식당을 이용한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었고, 얼마나 버리는지 알 수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용자들의 음식 선호도와 소비량을 예측해 미리 음식량을 수요에 맞게 준비할 수 있다.
"음식물 낭비, AI 분석으로 미리 막습니다"
이같은 방식으로 음식 쓰레기 양과 식자재 비용을 모두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누비랩 측의 설명이다. 류제윤 누비랩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해 학교와 기업, 관공서 등 70곳에 솔루션을 적용했다”며 “이중엔 음식쓰레기를 기존 대비 60% 이상 절감한 곳도 있었다”고 했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 요소도 활용한다. 음식물 쓰레기 양 등을 보여주는 대시보드에 수족관 그래픽을 들이고, 절감량에 따라 수족관 안에 물고기를 늘려주는 등이다. 류 CTO는 “누비랩은 AI 기술을 비롯한 각종 방법을 아울러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에 집중한다”며 “이용자의 인식 전환을 돕기 위해 게임화 콘텐츠를 자체 기획·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누비랩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클라우드 인프라 전문가를 비롯한 멘토단 지원을 받게 된다. 구글이 선정된 스타트업마다 배치하는 ‘성공 매니저’의 맞춤형 컨설팅도 받는다.

류 CTO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시장 이해도를 높이고 각국 현지에 사업 모델을 적용할 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을 도모하는 시기라 서비스 규모 확대(스케일업) 등에 도움을 받을 계획이란 설명이다. 누비랩은 작년엔 마이크로소프트의 미국 본사 식당에 솔루션을 시험 도입했다. 글로벌 케이터링 업체와도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분야도 확대한다. 데이터만 더하면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등으로도 기술 쓰임새를 넓힐 수 있어서다. 싱가포르의 한 병원과는 환자 식습관 분석 서비스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누비랩은 직원 50여명 중 절반 가량이 개발자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인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류 CTO는 “지난해 말부터 기획·마케팅·개발 등 각 직군을 충원하고 있다”며 “식습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건강·영양 관리 서비스 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비랩을 세계적인 식품 산업 대표 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구글은 이 프로그램에 아시아태평양·북미 지역 스타트업 총 12곳을 선정했다. 아태지역에선 국내 누비랩을 비롯해 인도 리러브·이시트바 로보틱시스템스, 대만 팩에이지플러스, 인도네시아 옥토퍼스 등 다섯 곳이 선정됐다. 식량·패션·물류 등 분야에서 쓰레기 절감과 재활용, 자원 분배 효율화 등을 도모하는 기업들이다.

타이 여우 복 구글 스타트업생태계 아시아 총괄은 “순환 경제에 기여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중 시장 적합성이 높은 솔루션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주로 눈여겨봤다”며 “시드 투자에서 시리즈A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