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가 디자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피그마를 200억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하려는 시도가 암초를 만났다.

블룸버그는 23일 미국 법무부가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 거래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전날 어도비 관계자를 불러 관련한 회의를 진행했으며, 다음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가 디자이너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선택권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어도비는 디자인 전문가를 위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다. 후발주자인 피그마는 웹 기반으로 가벼우면서도 협업 기능이 뛰어난 디자인 소프트웨어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어도비는 더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내놓았지만 피그마 고객을 끌어오지는 못했다. 이에 어도비는 지난해 9월 피그마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자사가 갖고 있지 못한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어도비 측은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경쟁당국과 건설적이고 협력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거래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도비는 피그마의 주력 제품이 사진 편집기 포토샵이나 동영상 편집기 프리미어 등과 같은 어도비의 주력 제품의 경쟁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피그마 인수가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에 대해서 시장에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대기업이 떠오르는 소기업을 제압하기 위해 인수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란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메타가 2012년 당시 인기를 얻고 있던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사례와 비교된다. 어도비는 2020년과 2021년에도 피그마를 인수하려고 시도했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