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지의 비상탈출은 '비상장사+탈출'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의 비상장사들은 모두 미래의 상장사가 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 비상장이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상장사로 날아오를 될성부른 비상장사들을 살펴보겠습니다.[편집자주]
로만 베르니두브 코루파마 대표.(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로만 베르니두브 코루파마 대표.(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교환학생으로 한국 첫 발…2016년 코루파마 창업

올 하반기 K-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코루파마는 필러 주사제 제조 기업이다. 특이한 점은 외국인이 국내에서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하고 있는데다, 제품을 모두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국인은 러시아 국적의 로만 베르니두브(Roman Vernidub) 대표다.

대학교 시절 교환학생으로 처음 한국땅을 밟은 뒤 서강대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아르바이트로 해외 사업가들의 통역 일을 하다보니 비즈니스에서 한류의 영향력이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 석사를 마치고 2014년 박사 과정에 입학해 무역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하게 되면서 사업의 꿈이 점차 커졌다.

베르니두브 코루파마 대표는 "아직 한국에서 외국인 사업가가 회사를 성장시켜 상장한 경우는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예시를 코루파마가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베르니두브 대표는 필러 개발을 담당하는 친구들과 함께 2016년 코루파마를 설립했다. 제품 개발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수출을 시작해 창업 첫 해에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직원 3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직원 수가 100여명을 넘어섰다.

베르니두브 대표는 지난해 귀화 신청 후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3~4월 중 면접 후 통과하면 여름이나 하반기 쯤 귀화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국에서 계속 사업을 할 생각에 귀화를 마음 먹었다"며 "귀화 후에도 코루파마를 계속 성장시켜 성공한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K-뷰티 트렌드에서 '필러' 주목…해외시장 공략

(사진=코루파마)
(사진=코루파마)
베르니두브 대표가 필러에 주목한 이유는 해외 시장에서 필러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K-뷰티 트렌드에도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엔 K-뷰티와 관련해 화장품 사업을 구상했는데 시장조사를 하다보니 경쟁이 너무 치열해 필러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거의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 제품을 수입해서 사용하는데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었다. 코루파마 제품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 제품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은 더 좋아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회사들은 국내에서 제품을 선보인 뒤 해외로 수출하는데 코루파마는 반대로 수출부터 시작했다. 현재는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으나 미래에는 국내 시장에서도 제품일 선보일 계획이다.

코루파마는 지난해 매출 28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4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루파마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 적자를 낸 적이 없다. 매년 50~100% 성장을 기록 중이라는 게 베르니두브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코루파마의 경쟁력으로 기술력을 꼽았다. 바르는 화장품이 아닌 주사제들이기 때문에 기술과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데 제품 개발 후 지금까지 수출했을 때 지금까지 코루파마 제품에 부작용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르니두브 대표는 "코루파마 제품은 해외 바이어들이 제품을 써보고 실망하거나 불만이 없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을 뿐더러 미국이나 유럽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있다"며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동남아, 인도, 남미 등 수출하는 나라가 90여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상장 계획…차세대 필러 개발 박차

로만 베르니두브 코루파마 대표.(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로만 베르니두브 코루파마 대표.(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코루파마는 4월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은 올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다. 공모자금은 연구소와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그는 "상장 후 2~3년 안에 글로 에스테틱 회사로 성장시키고 싶다"며 "해외에서도 한국 필러하면 '코루파마'가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도록 좋은 이미지를 가진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코루파마는 차세대 필러 기술 개발도 추진 중이다. 최근 코루파마는 바이오 스타트업 넥스젤바이오텍과 가교제 없는 필러 제품화를 위한 기술이전 전용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인체 안정성과 미용효과가 탁월한 성형용 필러 주사제의 혁신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다. 넥스젤과의 계약을 통해 기존의 히알루론산 필러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세대 필러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코루파마가 추진 중인 성형용 필러 제품은 화학적 가교제가 들어 있지 않아 부기나 염증 등 부작용이 없고 안전성 측면에서 탁월해 향후 필러 시장의 혁신적인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르니두브 대표는 "향후 높은 안전성, 고순도 등을 기반으로 100개국 이상으로 수출 판로를 확대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일 예정"이라며 "볼륨용 필러 뿐 아니라 탈모에 효과적인 헤어 필러, 스킨 부스터 등 생산제품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뷰티용 의료기기를 넘어 상장 후 헬스케어&뷰티로 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