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동작구의 전셋값 하락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 안시욱 기자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동작구의 전셋값 하락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 안시욱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심상치 않습니다. 전셋값이 아파트 매매 가격의 반 토막 수준 이하로 떨어진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와 은행권의 대출금리 하락 움직임 등으로 급락 수준의 전셋값 하락 폭이 다소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흐름 자체를 바꾸진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규 입주 물량이 집중된 지역의 경우 전셋값 하락세가 진정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2월 셋째 주(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전주 대비 0.81% 떨어졌습니다. 전주 하락폭 0.91%에 비해선 하락세가 완화했습니다.

하지만 지역별로 나눠보면 상황이 다릅니다. 특히 동작구의 경우 올 2월 셋째 주 전셋값 하락 폭이 1.69%에 달했습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동작구는 올 들어 전셋값 하락 폭이 매주 1%를 웃돌고 있어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흑석한강센트레빌1차(전용면적 84㎡ 기준)는 지난 21일 5억9000만원(11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지난해 9월 최고가(11층)였던 13억원과 비교하면 7억1000만원(54.6%) 급락했습니다.

인근에 있는 흑석뉴타운롯데캐슬에듀포레(전용면적 84㎡ 기준)은 지난 6일 4억8000만원(2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지난해 10월 최고가(11층)였던 12억원에 비하면 7억2000만원(60%) 급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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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남'으로 불리는 동작구 흑석동의 전셋값 하락세가 거센 건 신규 입주 물량의 영향이 크다는 게 지역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이달 말부터 흑석3구역 재개발로 들어서는 대규모 흑석리버파크자이 입주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집값 둔화 전망으로 주택 시장 자체가 침체된 가운데 대단지 입주 물량마저 더해지자 흑석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전셋값 하락세가 가팔라진 것입니다.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새 아파트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를 놓고 싶어하는 집주인들은 많은데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들이 없으니 호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이 지역 전셋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1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지만 여전히 실수요자들이 느끼기엔 대출금리 수준이 높아 집값 하락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신규 입주 물량까지 맞물리면 떨어지는 전셋값을 잡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신규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 전셋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요와 공급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 전셋값은 입주 물량이 집중된 지역의 경우 더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동작구 흑석동 아파트 값은 올 2월 셋째 주에 전주에 비해 0.28% 떨어졌습니다. 서울 전 지역 평균 하락 폭인 0.26%보다 큽니다. 흑석한강센트레빌1차(전용면적 84㎡ 기준)은 지난 1월 중순 13억9000만원(8층) 매매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직전 최고가(2021년 8월, 17층)였던 18억5000만원에 비해 4억6000만원(24.9%) 하락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