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산이 /사진=변성현 기자
래퍼 산이 /사진=변성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래퍼 산이(정산·38)가 과거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발매했던 곡 '맛좋은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산이는 서울 모처에서 한경닷컴과 만나 정규 2집 '저스트 랩 쉿(Just Rap Shit)'을 비롯해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산이는 25일 오후 6시 정규 2집 '저스트 랩 쉿'을 발매한다. 무려 8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산이는 랩으로 꽉 채운 10곡을 수록했다. 작업 과정은 상당히 순조로웠다고 했다. 산이는 "원래는 5곡 정도 싣는 EP를 생각했는데 만들다 보니 랩이 잘 나오더라. 곡이 쌓이다가 10곡 정도 돼서 이럴 거면 정규를 내자고 했다. 거창한 계획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래퍼 산이의 바이브 자체를 느끼기 가장 좋은 앨범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최대한 생각을 덜어냈다고 강조한 산이었다.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 땐 주변에 피드백을 많이 구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 집중했다고 했다.

산이는 "예전엔 음악을 만들고 어떤 게 더 좋은지 다른 사람에게 많이 물어봤다"면서 "이건 JYP에서 배운 거다. 박진영 형이 늘 곡별로 점수를 매겼다"며 웃었다. 이어 "진영이 형과는 종종 연락한다. 결혼식 때문에 연락을 드리기도 했었다"면서 "형은 늘 놀러 오라고 한다. 항상 챙겨주고 아껴주는 게 느껴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산이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2008년 JYP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이례적인 행보로 주목받았다. 이후 2010년 '맛좋은산'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언더신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던 그가 흥겨운 리듬, 코믹한 콘셉트에 랩을 뱉는 모습에 놀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산이는 "'맛좋은산이'는 내게도 파격이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수염을 기르라고 하고 왕관을 씌우니까 전날까지도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너무 고민이 많았다. 어릴 때이지 않냐. 미국에서 와서 미국 힙합을 그대로 한국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데 갑자기 뽕짝 끼 있는 음악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오는 것 같아 창피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산이는 "지금은 앙코르를 할 정도로 좋아하는 곡이다. 당시엔 곡을 소화할 능력이 안 됐던 것 같다"고 했다. 나무위키에 '산이 본인은 이 노래를 흑역사라고 종종 언급하곤 했지만 최근에도 무대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이기도 한 걸 보면 꽤 애정이 있는 곡인 듯하다'라는 설명이 있다고 알려주자 "정확하다"며 폭소하기도 했다.

래퍼를 넘어 힙합 레이블 페이머스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한층 포용력과 시야가 넓어진 듯한 그였다. 산이는 "요즘 어린 친구들과 작업하다 보면 밸런스보다는 멋을 중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걸 보면서 '과거의 나도 저랬던 거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페이머스의 모토는 "첫 번째가 실력. 두 번째가 인성"이라고 밝혔다. 인성이 포함된 것은 JYP의 영향이냐고 묻자 "JYP는 1번이 인성 같더라. 2PM이 최고 전성기일 때 녹음실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보자마자 다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그게 인상 깊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계속)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