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스1
#. "요새 강남 3구도 집값이 내려간다는 얘기가 많잖아요. 집값이 고점을 찍었던 재작년 진작에 집을 정리해놓고 강남·서초구 RR(로열층·로열동)으로 넘어가려는데 막상 현장엔 '못난이' 매물밖엔 없네요. 매수자가 더 유리한 시장이라는데 서울 최상급지인 강남·서초만큼은 집주인이 우위인 시장 같습니다."(서울 송파구에서 갈아타기를 준비 중인 김모씨)

서울 집값이 전반적으로 흔들리자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준비하던 예비 실수요자들의 셈법이 빨라지고 있다. 자녀 교육, 부테크 등 다양한 이유로 ‘강남 3구’ 진입을 기다려와서다. 하지만 시장은 예상과 달라 당황스럽다. 특히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최상급지인 강남·서초구에선 원하는 좋은 매물이 생각보다 낮은 가격에 나오지 않아서다. 일선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들은 “강남·서초구 집값이 내려간 건 맞지만 매수자들이 원하는 가격까진 내려가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8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7월 32억5000만원에 거래된 게 마지막 거래인데 이보다 4억1000만원 낮은 수준이다. 이 면적대 호가는 30억원부터 시작해 여전히 40억원대도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반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해당 거래는 집주인이 급한 사정이 있어 낮은 가격에 나온 '초급매'라고 보면 된다"며 "이 거래가 등록된 이후 갈아타기 수요자부터 이 지역에 관심 있는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많이 왔다. 하지만 이 가격대에서 좋은 매물 찾기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에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어 "RR(로열동·로열층) 등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매물이 낮은 가격에 나온다는 건 정말 급한 사정이 있기 때문"며 "새 정부 들어 보유세 부담이 줄어드는 등 세제가 완화되면서 집주인들도 급할 게 없어졌다"고 전했다. 굳이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지난달 29억8000만원 손바뀜했다. 2021년 10월 마지막 거래 32억1000만원보다 2억3000만원 내렸다. 하지만 실제로 매물을 찾아보면 매매 호가가 30억원부터 시작한다.

대치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서울 부동산 시장이 조정받으면서 이 일대 집값이 하락한 것은 맞다"면서도 "급매물은 나오기가 무섭게 대기하고 있던 수요자가 매수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전부터 강남, 서초 등 강남 3구는 갈아타기 하려는 수요자들이 많은 지역"이라며 "최근 같은 하락장에는 눈치싸움이 더 심해지다보니 좋은 매물은 광고를 걸지 않아도 계약이 맺어진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갈아타기를 기다려왔던 수요자들은 직접 현장에 나와보고 나서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갈아타기를 준비하고 있는 실수요자 강모씨는 "하락장이 오면 쉽게 갈아타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 나와보니 분위기가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강남·서초의 경우 매수자보다 매도인이 우위에 있다는 느낌이 더 많다"고 했다.
"뉴스에 나왔던 거랑 다르네요"…당황스러운 '강남' 갈아타기
또 다른 갈아타기 수요자 최모씨도 "발품을 팔면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몇 군데 돌아다녔는데 뉴스에 나왔던 급매 수준의 가격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며 "하락장을 대비해 갈아타기 수요자들이 줄을 섰다는 얘기도 들었다. 때를 기다리다가 오히려 기회를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귀띔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2주 연속 개선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6.7로 지난주(66.4)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올해 들어 5주 연속 상승하다가 6주 만에 꺾였으나, 지난주 반등한 뒤 다시 2주 연속 올랐다. 다만 기준선인 100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반적인 매수세가 약하단 뜻이다.

권역별로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은 70.9에서 71.4로 0.5포인트 상승했고, 종로·중구 등이 속한 도심권도 69.1에서 69.4로 소폭 올랐다. 영등포·양천·구로 등 서남권이 59.5에서 60.3으로 0.8포인트 올라 3주 만에 다시 60선을 회복했다. 반면 노원·도봉·강북이 있는 동북권은 지난주 70.7에서 이번 주 70.6으로 하락해 8주 연속 상승세가 멈췄다. 마포·은평·서대문구 등 서북권도 61.7에서 61.0으로 내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