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서 부모가 코치"…정순신 아들 '학폭' 판결문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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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수위…전학·퇴학에 해당하는 '16점'
정씨 측 전학취소 소송…"언어폭력은 맥락 중요, 인과관계 불명확"
정씨 측 전학취소 소송…"언어폭력은 맥락 중요, 인과관계 불명확"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57) 변호사 부부의 아들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정 변호사가 아들이 학폭으로 고교 재학 시절 강제전학 위기에 처하자 행정소송을 냈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아들의 진술서를 직접 손본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유명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한 정 변호사의 아들 정씨는 기숙사 같은 방을 배정받은 동급생 A씨에게 1학년 1학기부터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언어폭력을 가해 이듬해 전학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 부부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전학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4월 최종 패소했다.
26일 행정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2018년 3월 2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 회의에서 정씨 측은 아들의 학교폭력이 '언어폭력'이었던 점을 방어 논리로 세웠다. 정씨부부는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소송대리인 역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A씨가 주장하는 언어폭력 정도로 고등학교 남학생이 일반적으로 A씨와 같은 피해를 본다고 보기 어렵고 본인의 기질이나 학업 관련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며 언어폭력과 A씨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모가 정씨의 진술을 직접 지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사립고 교사는 2018년 6월 29일 강원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회의에서 정씨의 진술 번복을 지적하며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정씨 부모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해 2차 진술서는 부모가 전부 코치해서 썼다"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선도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책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증언했다.
교사는 "부모가 많이 막고 계신다"며 "1차로 진술서를 썼는데 바로 부모의 피드백을 받아서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해 다시 교정을 받아오는 상태다. 부모를 만나고 오면 다시 바뀌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회의에서 한 위원은 정씨 모친에게 "의견서 제출한 걸 읽어봤는데 아마도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하시는 것 같다"며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 A씨는 정씨 이름만 들어도 몸이 떨리는 불안 증세를 겪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중등도 우울 에피소드, 공황장애 등으로 입원 치료도 받았다. 2018년 2월부터 학교에 가지 못했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자치위 위원들은 정씨의 학교폭력을 가해학생 조치 기준상 전학·퇴학에 해당하는 '16점'으로 평가했다. 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이 모두 '높음'으로 평가돼 각각 3점을 받았다.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는 낮았고(3점), 화해 정도는 '전혀 없음'(4점)이었다.
아들 정씨는 당시 현직 검사였던 아버지를 자랑하며 "아빠가 아는 사람이 많은데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고 말했다는 게 당시 동급생들의 이야기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A씨가 입은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고려할 때 다른 학교폭력 행위와 비교해 결코 경미하다고 볼 수 없다. 정씨는 A씨 외에 다른 학생에게도 유사한 방식으로 모욕을 주는 언어폭력을 행사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까지 유지됐다.
정씨를 향한 비난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씨가 재학 중인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는 가해자 이름만 들어도 덜덜 떨고 자살 시도를 했는데 가해자는 유복한 집안에 명문대를 다니며 산다는 게 억울하다'는 글에 95명이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씨는 2020학년도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시모집 규정에 따르면 '수능 위주 전형'(일반전형)은 수능성적을 100% 반영했다. 다만 '학내·외 징계 여부와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교 폭력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거나, 기재됐어도 감점하게 돼 있어 수능성적이 높았다면 입학했을 수 있다"며 "(감점 등) 과정을 거쳤다면 학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2017년 유명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한 정 변호사의 아들 정씨는 기숙사 같은 방을 배정받은 동급생 A씨에게 1학년 1학기부터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언어폭력을 가해 이듬해 전학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 부부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전학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4월 최종 패소했다.
26일 행정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2018년 3월 2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 회의에서 정씨 측은 아들의 학교폭력이 '언어폭력'이었던 점을 방어 논리로 세웠다. 정씨부부는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소송대리인 역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A씨가 주장하는 언어폭력 정도로 고등학교 남학생이 일반적으로 A씨와 같은 피해를 본다고 보기 어렵고 본인의 기질이나 학업 관련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며 언어폭력과 A씨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모가 정씨의 진술을 직접 지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사립고 교사는 2018년 6월 29일 강원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회의에서 정씨의 진술 번복을 지적하며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정씨 부모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해 2차 진술서는 부모가 전부 코치해서 썼다"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선도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책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증언했다.
교사는 "부모가 많이 막고 계신다"며 "1차로 진술서를 썼는데 바로 부모의 피드백을 받아서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해 다시 교정을 받아오는 상태다. 부모를 만나고 오면 다시 바뀌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회의에서 한 위원은 정씨 모친에게 "의견서 제출한 걸 읽어봤는데 아마도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하시는 것 같다"며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 A씨는 정씨 이름만 들어도 몸이 떨리는 불안 증세를 겪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중등도 우울 에피소드, 공황장애 등으로 입원 치료도 받았다. 2018년 2월부터 학교에 가지 못했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자치위 위원들은 정씨의 학교폭력을 가해학생 조치 기준상 전학·퇴학에 해당하는 '16점'으로 평가했다. 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이 모두 '높음'으로 평가돼 각각 3점을 받았다.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는 낮았고(3점), 화해 정도는 '전혀 없음'(4점)이었다.
아들 정씨는 당시 현직 검사였던 아버지를 자랑하며 "아빠가 아는 사람이 많은데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고 말했다는 게 당시 동급생들의 이야기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A씨가 입은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고려할 때 다른 학교폭력 행위와 비교해 결코 경미하다고 볼 수 없다. 정씨는 A씨 외에 다른 학생에게도 유사한 방식으로 모욕을 주는 언어폭력을 행사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까지 유지됐다.
정씨를 향한 비난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씨가 재학 중인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는 가해자 이름만 들어도 덜덜 떨고 자살 시도를 했는데 가해자는 유복한 집안에 명문대를 다니며 산다는 게 억울하다'는 글에 95명이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씨는 2020학년도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시모집 규정에 따르면 '수능 위주 전형'(일반전형)은 수능성적을 100% 반영했다. 다만 '학내·외 징계 여부와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교 폭력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거나, 기재됐어도 감점하게 돼 있어 수능성적이 높았다면 입학했을 수 있다"며 "(감점 등) 과정을 거쳤다면 학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