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올해 국내 제약사가 신약 수출계약을 맺거나 시판 허가를 받은 국가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5년 안에 ‘매출 1조원’ 블록버스터 국산 신약이 탄생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 개량신약 등으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국산 신약 수출시대’를 열고 있다.

만성질환 시장에서 ‘승승장구’

국산 신약, 해외서 종횡무진…5년내 '수출 1조 藥'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최근 중남미 최대 의약품 시장인 브라질과 멕시코에 당뇨병 신약 ‘엔블로’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국내 출시 전에 이뤄진 첫 번째 수출 계약이다. 현지 파트너사인 목샤8은 대웅제약에 10년간 최대 1096억원을 지급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올해 현지 허가 절차를 마무리해 내년 하반기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선 국내 기업들이 일본 다케다제약의 ‘다케캡’과 경쟁하고 있다. 30호 국산 신약인 HK이노엔의 ‘케이캡’은 2018년 허가 후 35개국 수출 계약을 맺었다. 34호 신약인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도 2021년 허가 후 15개국에 진출했다.

HK이노엔의 중국 파트너사인 뤄신은 올해 케이캡 매출 목표를 10억위안(약 1888억원)으로 잡았다. 영업 인력만 1000명을 케이캡에 투입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중국 보험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출시 초기인 필리핀은 현지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좋다”고 했다.

세계 최대 美 시장도 열어

미국에서도 국산 신약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2020년 출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는 지난해 미국에서 1692억원어치 팔렸다. 올해 미국 매출 2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란 평가다. 매년 매출이 60%가량 증가해 글로벌 기업들의 중추신경계 치료제와 비슷한 매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에선 2027~2028년께 미국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33호 신약인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미국명 롤베돈)도 출시 1분기 만에 매출 1000만달러를 넘었다. 현지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올해 미국 매출 전망치를 1억달러로 예상했다.

31호 신약인 유한양행 ‘렉라자’는 내년께 미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미국 얀센이 2018년 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사간 약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폐암 치료제로 출시되면 2027년께 국산 신약 중 첫 번째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령·일양 등 국산 신약 수출 기반 마련

1999년 SK케미칼의 ‘선플라’가 나온 뒤 국내 기업들은 매년 항생제, 발기부전치료제 등 신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해외에서 성과를 낸 제품은 많지 않았다.

국산 신약 수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2010년께다. 14호 신약인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과 15호인 보령 고혈압약 ‘카나브’가 중남미 등에 진출하면서다. 이들은 해외 학회에 참석하고 현지 의사를 초청해 제품을 알리는 등 국산 신약 영업·마케팅의 교과서를 만들었다. 한미약품이 잇달아 기술 수출 성과를 낸 것도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복제약 내수시장에 집중하던 국내 기업들이 신약 수출기업으로 서서히 체질을 바꿔가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