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공모주 시장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공모주펀드 시장에 여전히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상장한 대형주 주가가 부진한 데다 대어들이 잇달아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면서 공모주펀드에서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공모주펀드 여전히 싸늘…두 달새 3000억원 빠져나가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1월 2일~2월 24일) 3084억원의 자금이 공모주펀드에서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액은 3조6400억원에서 3조3356억원으로 8.36% 감소했다. 공모주 열풍이 불었던 2021년 말(6조5482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레버리지펀드를 제외하고 올해 순유출이 가장 많았다. ‘다올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446억원), ‘신한공모주&밴드트레이딩30’(-272억원), ‘트러스톤공모주알파증권’(-136억원), ‘웰컴공모주코스닥벤처’(-129억원) 등 주로 규모가 큰 공모주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143개 공모주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2.79%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8.89%, 코스닥지수가 15.99%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이다. 자금 유출이 컸던 상위 펀드를 살펴봐도 다올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수익률 1.67%), 신한공모주&밴드트레이딩30(1.43%), 트러스톤공모주알파(2.61%), 웰컴공모주코스닥벤처(2.68%) 등 모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를 밑돌았다.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자금 유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IPO 흥행에 성공한 기업이 생겨나고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공모여서 공모주펀드로 온기가 퍼지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업계는 대형주의 IPO 성공사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공모주펀드가 살아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대어로 꼽힌 새벽배송업체 컬리는 지난달 상장을 연기했고 이달 케이뱅크와 오아시스도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해 큰 관심을 받고 상장한 IPO 대어들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것도 공모주펀드 투자자의 실망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8월 공모가 2만8000원에 상장한 차량공유업체 쏘카는 현재 주가가 2만1350원으로 공모가 대비 23.75% 하락했다. 지난해 9월에 상장한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 더블유씨피도 현재 주가가 4만6750원으로 공모가 6만원 대비 22.08% 떨어졌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PO 빅딜이 줄줄이 무산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공모주펀드가 시장의 주목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에야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