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표가 연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5.4%(전년 동월 대비)로 4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PCE 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더 많은 품목을 집계하고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각 항목의 가중치를 민감하게 조정하기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이 더 주목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다. CPI에 이어 이 지표까지 떨어지기는커녕 다시 오르고 소비·고용 등 다른 경제지표도 역대 기록을 쓰면서 인플레 둔화(디스인플레이션)와 경기 침체, 그에 따른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 대신 ‘펄펄 끓는’ 경기를 식히기 위해 더 강하고, 더 길게 통화를 긴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연 5% 초반대를 점치던 미국 기준금리 상단 전망이 어느새 연 6.25%까지 오른 이유다.

다음달 미국의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킹달러’ 현상도 심상찮다. 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와 미국 달러 간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주말 105대로 올라섰다. 인덱스가 105대를 기록하기는 2002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110을 넘기는 ‘갓달러’ 현상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달러 강세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공포스럽다. 지난달만 해도 1100원대를 점치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00원 선을 뚫었고, 곧 1350원도 각오해야 한다는 전망이다. 강달러는 한국 경제를 수입 에너지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물가 폭등, 무역수지 악화, 통화당국의 경기 대응력 약화 등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쯤 미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잦아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는 혁신과 연구개발을 통해 전 세계에서 투자와 일자리를 진공흡수기처럼 빨아들이는 미국 상황을 감안했을 때 섣불리 그런 기조 변화를 기대할 처지가 아니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기조 변화), 중국의 리오프닝 등 모든 긍정적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당분간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상황을 상수(常數)로 두고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총동원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