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는 대학엔 정부 지원 못 해…폐교 쉽게 법적절차도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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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절반 지자체에 넘겨 자율 보장할테니
학교도 기득권 얽매이지 말고 변화 나서야
교수 30% 겸임으로 채울 수 있게 제도 개선
'마이스터고 2.0'으로 고교 직업교육 강화
영어 등 사교육비 줄어들게 늘봄학교 추진
학교도 기득권 얽매이지 말고 변화 나서야
교수 30% 겸임으로 채울 수 있게 제도 개선
'마이스터고 2.0'으로 고교 직업교육 강화
영어 등 사교육비 줄어들게 늘봄학교 추진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열악해 대학 재정 악화가 심하다. 한국의 대학 지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64%에 불과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인해 초·중·고교는 평균 이상이다. 인력자원에 투자가 안 되는 상황이다.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도 숫자는 많은데 교수들이 수많은 사업을 지원하는 데 매달려야 해 비효율적이다.
▷이 부총리=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를 추진하며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대학 지원 사업이 한국의 예산사업 중 가장 효과 없는 사업이란 것이다. 지금껏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대학이 사업에 지원할 때도, 돈을 받아 쓸 때도 칸막이가 쳐져 자율성이 없다. 교육부는 이를 전면 개편해 칸막이를 없애고 있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대학 구조개혁을 위해선 자발적 퇴로를 여는 입법 조치가 가장 시급하다. 대학은 2000년대 들어 18개 줄어드는 데 그쳤는데, 학령인구 감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부실한 대학이 사라지지 못하는 이유는 법적으로 문을 닫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교법인을 해산하면 다른 대학에 넘기거나, 국가가 모든 재산을 가져가는 식이다.

▷이 부총리=당시 고졸 취업 성과를 낸 핵심 정책이 마이스터고다. 이전까지 직업기술학교는 모두 이류, 삼류였으나 마이스터고는 일류 학교로 거듭났다. 실패해가던 학교가 ‘턴어라운드’한 것이다. 지금은 ‘마이스터고 2.0’이란 이름으로 마이스터고 제도를 다시 한번 도약시키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고졸 취업은 지역 소멸 문제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고졸 취업과 지역대학 취업 문제를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풀어가겠다.
▷박휘락 국민대 특임교수=교육 개방성이 부족하다. 현장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를 강의실로 불러들여 학생들이 따끈따끈한 지식을 배우게 해야 한다. 대학에 자동차학과가 있다면, 교수는 수업 전체를 디자인하고 강의자를 섭외하되 강의 상당 부분은 현대자동차 등 기업 실무자가 와서 채워줘야 한다.
▷박 특임교수=사교육비 문제도 있다. 과거 전두환 정부 등은 규제로 사교육을 퇴출하려 노력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도 일부 사교육비에 있다.
▷이 부총리=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해왔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제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낼 때 단 한 차례 감소했다. 당시 사교육비 절감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정책은 뭐니뭐니 해도 방과후교실이다. 학교 밖에서 하는 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고 오는 것이다. 학부모는 학원보다 더 안심할 수 있는 학교에서, 더 저렴하게 아이를 교육할 수 있다. 이번 정부에서도 사교육비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추진 중인 늘봄학교는 돌봄 기능도 중요하지만 예체능과 영어, 수학 등 수업 콘텐츠를 제공해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인실 한반도 미래인구연구원장=모두 금기시하는 등록금 이야기를 하겠다.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돈이 없어서다. 등록금 인상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기여입학제를 도입해서라도 풀어야 한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 교수가 한국 대학에 오면 미국 대학의 3분의 1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훌륭한 교수가 굳이 한국에 올 이유가 없다.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석좌교수=서울대도 교원이 오지 않아 충격에 빠졌다. 경영학은 경제학보다도 해외 대학과의 교수 급여 차이가 심하다. 대학 재정을 감사할 때 인건비 지출이 높으면 지적당한다. 인건비를 투자가 아니라 비용으로 보는 시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이 부총리=대학 등록금 이슈는 지난 10년 동안 왜 우리 교육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치적으로 휘발성 강한 이슈가 다른 정책 이슈를 잡아먹으니, 교육의 본질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예린/최한종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