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임명 하루만에 취소…檢 출신엔 무딘 '검증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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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대통령실 등 요직에
檢 출신 포진 '부실검증 논란'
아들 학폭 문제 5년 전 보도
대통령실 "자녀 문제라 미흡
尹,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檢 출신 포진 '부실검증 논란'
아들 학폭 문제 5년 전 보도
대통령실 "자녀 문제라 미흡
尹,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25일 밤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사진) 임명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전직 검사인 정 변호사에게 국수본을 맡기기로 한 지 하루 만이다. 이에 따라 검찰 출신 일색인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 변호사는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급생에게 언어폭력을 가해 2018년 전학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는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2019년 4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학 입시 시점까지 강제 전학 처분 확정을 미루기 위해 정 변호사가 법률 전문성을 활용해 무리한 소송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수본부장 임명 직후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 김 수석은 “국수본부장 임기 시작이 일요일(26일)인 만큼 사표 수리를 하는 의원면직이 아니라 발령 취소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경찰과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이 부실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 3만여 명의 수사 경찰을 총지휘하는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 직위다. 이번 인선은 경찰청장이 후보 3명 중 1명을 추천해 행정안전부 장관(현재 차관 대행)의 제청, 대통령의 임명 순으로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나눠 맡고 있다. 이를 책임지는 인사는 모두 검찰 출신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이다. 인사 검증 핵심 요직에 검찰 출신들이 포진해 있어 역시 검찰 출신인 정 변호사 자녀 문제 등에 검증의 칼날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학교폭력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증에서 문제를 걸러내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라며 “현재 공직자 검증은 △공개된 정보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 △(경찰의) 세평 조사 등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번은 자녀 관련 문제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이 5년 전 보도됐는데도 왜 검증에서 걸러내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됐지만 익명으로 나와 관련자가 아닌 사람들은 알기 어려웠다”며 “경찰에서도 조사했지만 이 부분은 걸러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의 사의 표명으로 국수본 수장 공백 사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경찰은 추가 외부 공모 진행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차선책으로 이영상 인천경찰청장 등 기존 경찰 간부를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형주/조철오 기자 ohj@hankyung.com
정 변호사는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급생에게 언어폭력을 가해 2018년 전학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는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2019년 4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학 입시 시점까지 강제 전학 처분 확정을 미루기 위해 정 변호사가 법률 전문성을 활용해 무리한 소송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수본부장 임명 직후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 김 수석은 “국수본부장 임기 시작이 일요일(26일)인 만큼 사표 수리를 하는 의원면직이 아니라 발령 취소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경찰과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이 부실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 3만여 명의 수사 경찰을 총지휘하는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 직위다. 이번 인선은 경찰청장이 후보 3명 중 1명을 추천해 행정안전부 장관(현재 차관 대행)의 제청, 대통령의 임명 순으로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나눠 맡고 있다. 이를 책임지는 인사는 모두 검찰 출신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이다. 인사 검증 핵심 요직에 검찰 출신들이 포진해 있어 역시 검찰 출신인 정 변호사 자녀 문제 등에 검증의 칼날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학교폭력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증에서 문제를 걸러내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라며 “현재 공직자 검증은 △공개된 정보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 △(경찰의) 세평 조사 등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번은 자녀 관련 문제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이 5년 전 보도됐는데도 왜 검증에서 걸러내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됐지만 익명으로 나와 관련자가 아닌 사람들은 알기 어려웠다”며 “경찰에서도 조사했지만 이 부분은 걸러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의 사의 표명으로 국수본 수장 공백 사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경찰은 추가 외부 공모 진행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차선책으로 이영상 인천경찰청장 등 기존 경찰 간부를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형주/조철오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