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기에 SK하이닉스 선택
‘초보 개미’ 수익률, 마이너스 30%

키움증권 “1분기에도 적자 지속”
하이투자증권 “업황 회복은 4분기께”

증권사 평균 목표가 11만3905원

올 들어 주가 16% 상승 눈길
사측 “신성장동력 투자 지속
초고속 AI 반도체 시장 주도”
여기 주식 투자 경력 16년7개월의 ‘개미(개인투자자)’가 있다. 그는 인천 백령도 군 복무 시절 주식 관련 책을 즐기다가 대학생 때 ‘초심자의 행운’으로 100% 이상 수익률을 맛본 뒤 상장폐지부터 전문가 단톡방 사기 등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전투개미’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다’란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30대 아빠 개미, 1년 3개월 만에 마이너스 30%

얼마 전 후배 기자와 점심 식사를 했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근황을 이야기하던 중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재테크로 이어졌다. 30대인 그는 “2021년 말 투자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주식을 시작했는데 마이너스가 심하다”며 “아기 기저귀값, 분유값이라도 벌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문득 그가 산 종목이 궁금해졌다. 그에게 질문하니 “SK하이닉스를 2021년 12월 27일 12만7500원에 수백만원어치 샀다”고 대답했다.

그가 주식에 투자한 시기는 2021년 6월 25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역사적 고점인 3316.08 포인트를 찍은 후 조정 단계로 진입하는 구간이었다. 2020년과 2021년엔 코로나가 촉발한 경제 위기로 전 세계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썼다. 저금리로 주식시장에 돈이 몰려들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체가 돼 증시를 이끌어 가자는 ‘동학개미운동’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때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계좌에 빨간불이 많아지며 잠시나마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영원한 상승도, 영원한 하락도 없다’는 주식시장의 격언처럼 증시는 차갑게 식어갔다. SK하이닉스를 택한 30대 가장에게 봄날이 찾아올 수 있을까.
SK하이닉스 주가 그래프
SK하이닉스 주가 그래프
3일 SK하이닉스 종가는 8만7300원. 그가 2021년 12월 27일 매수한 가격 12만7500원과 비교하면 31.53%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 종가 7만5000원과 비교하면 올 들어 16.40% 올랐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8조9544억원 불어났다.

증권사 평균 목표가 11만3905원

증권사는 SK하이닉스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키움증권은 지난달 22일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매출은 4조8000억원(전 분기 대비 38% 감소)과 영업적자 3조2000억원(적자 지속)으로, 시장 추정치를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서버 고객들의 재고 조정이 우려했던 것보다 더욱 크게 나타나면서 D램의 총 출하량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박 연구원은 “경쟁사와 점유율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어, 실적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영업 외적인 부문에서도 D램과 낸드의 재고 평가손실, 원·달러 평균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반도체 라인서 생산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반도체 라인서 생산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도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매출은 25조2000억원, 영업적자는 9조5000억원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4분기 실적은 업황 회복에 따라 자산 평가익 및 재고자산 평가손실 환입 발생으로 시장 우려보다는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고, “내년 실적은 반도체 수요 회복으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의 강한 회복 땐 주당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했다. 3일 기준 21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는 11만3905원이다.

SK하이닉스 “차세대 10나노급 5세대 D램 투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얼어붙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분위기에 회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3일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반도체 업계 다운턴(하강 국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바일과 클라우드 메모리 양대 시장에서 위상을 더욱 견고히 하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을 새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첨단기술에 ‘진심’이다. 지난 1월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모바일용 D램 ‘LPDDR5T(Low Power Double Data Rate 5 Turbo)’를 개발해 고객사들에 샘플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10나노급 4세대(1a) 미세공정 기반으로 하반기부터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5G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 속도·용량·저전력 등 모든 스펙이 고도화된 메모리 수요가 늘 것으로 IT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LPDDR5T’의 활용 범위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AI,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증강·가상 현실(AR·VR)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전경
SK하이닉스 이천 M16 전경
SK하이닉스는 챗GPT(오픈AI가 개발한 챗봇)와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HBM(High Brandwidth Memory·AI 학습속도 높이는 고대역폭 메모리)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초당 데이터 처리 속도가 819GB(기가바이트)에 달해 초고속 AI 반도체 시장에서 최적의 제품으로 통한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사업 계획을 묻는 질문에 “차세대 D램인 DDR5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인텔로부터 인증 받은 10나노급 4세대(1a) 기반의 DDR5 제품, 특히 16Gb(기가비트)와 24Gb 같은 고용량 제품을 포함해 풀 라인업에서 우위를 바탕으로 선도적 입지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핵심 경쟁력 확보를 위해 차세대 10나노급 5세대(1b) D램과 238단 낸드플래시의 개발과 초기 양산에 필요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10나노급 5세대(1b·1a보다 반도체 회로의 선폭이 더 미세함)는 10나노급 4세대(1a)에 비해 생산성이 40% 이상 높고 원가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식 전문가는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는 단기 매매보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며 “상반기 반도체 업황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긴 호흡으로 조정 시마다 분할 매수하면 나중에 긍정적인 흐름을 기대해 볼만하다”고 조언했다.
‘천만 개미’와 함께 달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주식 계좌가 빨간불이 되는 그날까지 재미있는 종목 기사 많이 쓰겠습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서 윤현주 기자 구독과 응원을 눌러 주시면 매번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