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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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의 지수는 저평가돼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어떻게 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을까요? 처방약의 종류는 많겠지만 그중 몇 가지 이슈와 주식시장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제안합니다.

"상법 내 이사충실의무 조항 개정해야"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에 '상법 382조의3 이사충실의무 조항'에 대한 두 건의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입니다. 이용우 의원과 박주민 의원 법안인데요. 두 법안 모두 현행 조항에 나오는 '회사를 위하여'를 각각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하여' 및 '회사와 총주주를 위하여'로 개정하자는 내용입니다.

위 상법 개정은 1400만 주식투자자에 대한 중차대한 민생 법안이자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에 제출된 이용우 의원의 법률안은 법사위원회에서 한 차례의 심사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한 다수의 전문가와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위 내용처럼 상법이 개정돼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실현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3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법사위원회 소속된 18명의 국회의원실에 상법 개정의 당위성과 효과에 대한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습니다.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랍니다. 위 상법 개정이 우리 주식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한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구축해 투자자 피해 최소화해야"

2018년 한 증권사의 허위 주식 발행 및 유통 사태는 수많은 주식투자자를 불안에 떨게 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무차입 공매도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당시 공매도 금지 청원은 나흘 만에 20만명을 돌파했는데요. 금융위원회는 청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2019년 상반기까지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대국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그 약속은 이행이 되지 않은 채 무차입 공매도가 계속 적발되고 있는데요. 문제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무차입 공매도를 걸러낼 수가 없기에 적발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금융위원회는 무차입공매도 적발 시스템에 난색을 보였습니다.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는 해외 사례도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운영 중인 '외국인 한도관리시스템'(FIMS)를 응용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단 완벽한 실시간 적발시스템 구축은 시스템 부하로 문제가 있으며, 약간의 시차를 둔 적발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이 구축돼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불법으로 인한 주식투자자 피해가 줄어들고 지수 하방 압력이 약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개인투자자 차별하는 과세 정책 개선돼야"

지난해 10월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액은 594조원인데,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은 19% 수준인 110조원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특정 종목의 지분 25% 이상을 보유했을 때만 과세가 되므로 실제로는 대부분 비과세인 실정입니다.

그에 비해 국내 개인 주식투자자들은 한 종목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거나 지분 1~4%를 보유하면 수익에 대해 주식양도소득세를 내도록 되어있어 형평성 문제가 있습니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자금 중에는 순수 외국인이 아닌 조세회피처를 통한 자금도 유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투연은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이 조세 회피를 위한 불법 차명 자금 등의 국내 증시 유입 현황을 파악 후 조치할 것을 요청합니다.

지난해 말 많은 논란을 낳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은 2년 유예됐습니다. 금투세 문제를 현시점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습니다만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금투세는 재검토 후 폐지되는 것이 우리 주식시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한 이후 16년째 2000 내외의 박스피에 머물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이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선 금투세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합니다. 시간을 갖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진 후에 다수 국민이 원하는 쪽으로 시행 여부가 결정되기를 바랍니다

공매도 수익에 대한 과세 문제도 개인에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공매도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주식을 빌려서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은 채로 낸 수익이어서 과세하기가 모호합니다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대원칙을 무시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 세목으로 과세가 곤란한 것 같은데 특별세 개념의 세목을 신설해 과세하는 것이 조세 형평일 것입니다.

2020년 주식양도세 공청회 당시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했는데, 아직 진행된 게 없습니다. 공매도 주체가 개인투자자 대비 39배 수익을 낸다는 논문으로 볼 때 과세가 가능하다면 세수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증권법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이에 대한 논의가 신속히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금융위원회 내 주식시장 관련 태스크포스 설치해야"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4배로 국내 증시는 경제 규모 및 기업가치 대비 매우 저평가돼있습니다. 위 언급한 것처럼 우리 주식시장의 문제점이 개선돼 활력 넘치는 환경으로 바뀌기를 바랍니다. 주식시장이 우상향하면 국민이 부자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과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며 국민연금 고갈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민관이 합심해서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어둠을 걷어내는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하며, 공매도의 98%를 점유하는 외국인과 기관이 개인의 신용투자 대비 39배 수익을 가져가는 지나친 쏠림현상도 속히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금융위원회 안에 소규모라도 '주식시장 발전 태스크포스(T/F)'와 '개인투자자 보호 T/F'를 신설해 운영할 것을 제안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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