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호수공원에서 바라본 광교신도시 아파트들 사진=이송렬 기자
광교호수공원에서 바라본 광교신도시 아파트들 사진=이송렬 기자
집값 급등기에 '준강남급'이라고 자부했던 경기·인천 지역 집값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금리 인상 등 악재가 맞물리면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 지역 해제, 대출 규제 완화 등의 방안이 나오면서 일부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다"면서도 "가격이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원의 강남'이라 불리던 광교신도시 집값이 최근 맥을 못 추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수원 영통구 ‘광교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1일 10억원 손바뀜했다. 이 면적대는 2021년 14억3000만원까지 거래되면서 당시 대출 금지선이었던 15억원에 바짝 다가가기도 했었다.

같은 구 이의동 '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도 지난달 10억2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6월엔 13억9000만원, 2021년 8월엔 15억6000만원까지 거래됐던 면적대로 최고가보다 5억4000만원 급락했다. 10억원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원천동에 있는 A 공인중개 관계자는 "지난해 갈아타기를 위해 아파트를 매수한 집주인들이 세금 문제로 기존 보유한 주택을 팔아야 양도소득세 비과세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하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금리가 오르면서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팔 수밖에 없었다. 이런 급매들이 거래되면서 가격이 빠르게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경기도 과천에 있는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준강남'으로 불리면서 집값이 20억원대를 넘어섰던 과천도 마찬가지다. 과천시 별양동 '과천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15억7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면적대는 지난해 7월 20억5000만원에 거래돼 20억원을 돌파했던 면적대다. 당시보다 4억8000만원 하락했다.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59㎡도 지난달 12억2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맺어졌다. 직전 거래인 작년 9월 14억원보다는 1억8000만원, 신고가를 기록했던 2021년 11월 17억4000만원보다는 5억2000만원 내렸다.

중앙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확대, 집값이 계속 하락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최근엔 분위기가 조금 나아졌다. 규제 지역에서 해제됐고 금리도 더는 오르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국제도시 집값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4블록' 전용 84㎡는 지난달 8억원에 팔렸다. 이 면적대는 2021년 9월 12억9800만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보다 4억9800만원 내린 수준이다.

송도동에 있는 'SK뷰' 전용 84㎡도 지난 7일 6억원에 거래되면서 2021년 최고가 10억4500만원보다 3억5500만원 급락했다.

송도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인프라 등이 갖춰져 있는 1~4공구에 있는 집값은 그나마 하락이 덜한 편인데 송도에서도 외곽 아파트들은 가격이 크게 빠졌다"며 "그나마 최근엔 가격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매수자들이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사진=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집값이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지역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집값이 최근 수년간 급등했던 지역이고 이에 따른 반발로 집값이 조정받는 것"이라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금리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당분간 회복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회복기에 접어든다면 다른 지역보단 빠르게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원 광교신도시나 과천,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은 시(市) 내 다른 지역들보다 입지 등이 더 우수하고 각종 호재 있는 만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다른 곳보다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며 "서울 집값과 연관성이 높은 만큼 서울 집값이 어느 정도 회복된 이후 이들 지역 집값도 따라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