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일자리 뺏는다?…"고졸 이하 근로자 건강에 도움"

산업 현장에 로봇이 도입되면 산업재해를 입는 근로자 수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졸 이하 저학력 근로자의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7일 공개한 BOK경제연구 '로봇 도입이 산업재해와 근로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근로자 1000명당 로봇 대수를 뜻하는 '로봇 노출도'가 1표준편차(9.95대) 증가했을 때 근로자 100명당 재해 근로자 수는 8%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상 부상으로 인해 근로자의 신체 등에 장해가 남는 경우 지급하는 장해급여 건수는 16.9%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 통계와 국제로봇협회의 산업용 로봇 도입 자료를 활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로봇 도입이 많이 늘어난 지역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산재 발생 건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로봇이 노동집약적이고 위험한 업무를 대체함에 따라 근로자 중(重)육체직무 종사자 비중이 감소한 것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로봇 노출도가 1표준편차 증가했을 때 육체 직무 종사자 비중은 0.36%포인트 감소했다. 평균(44.1%) 대비 0.8%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의 주관적 건강 상태 문항을 이용해 임금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했는데 로봇 도입이 많이 증가한 지역에서 근로자의 주관적인 건강 상태가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로봇이 많이 도입된 근로 환경에서 일하는 저학력(고졸 이하) 근로자에게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보였다"고 전했다. 반면 고숙련 근로자에게서는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고숙련 근로자의 경우 로봇으로 업무가 대체되는 경향이 낮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산재 감소와 근로자 건강 개선 등 산업용 로봇의 긍정 효과를 새로이 발견했다"며 "추후 기술 도입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이런 편익을 고려하고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는 김혜진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이 진행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