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모드' 카카오엔터,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 나설까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 측과 손잡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7일 사업협력 계약 유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히면서 주식을 추가 매수해 인수전에 전격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카카오엔터에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에서 받은 9천억원 규모의 '실탄'도 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보다 더 높은 14만∼15만원에 공개매수를 선언해 인수전 '판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이날 배포한 카카오엔터의 입장문에서 SM 인수전을 대하는 어조가 이전보다 두드러지게 강경해졌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카카오엔터는 SM 인수 경쟁 상대인 하이브를 겨냥해 "SM과의 파트너십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현재 상황을 더는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엔터는 '필요한 모든 방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공개매수 선언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SM과의 협력을 이어가기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을지 고민하는 단계"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식을 고민 중이며, 세부적인 방식이 확정되면 말하겠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여러 선택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카카오엔터와 SM은 이미 음반·음원 유통, 해외 진출 합작 법인, 웹툰 등 2차 IP(지식재산권) 제작 등 사실상 모든 사업 영역에 걸쳐 깊이 있는 협업 방침을 밝힌 상태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확보하기로 한 SM 지분 9.05%에 '플러스알파'를 더해 경영권에 도전하는 것만 남아 있는 셈이다.

카카오엔터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하면 SM 인수전은 또 한 번 요동칠 공산이 크다.

하이브의 주당 12만원 공개매수 시한이 28일까지로 이틀밖에 남지 않은 데다가, 주식 매수에 2영업일이 걸려 신규 투자자가 참여할 방법은 이미 막힌 상황이다.

공개 매수 기간에도 SM 주가가 12만원 아래로 좀처럼 내려가지 않아 전체 지분의 60%를 웃도는 소액 주주들이 하이브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유인이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엔터가 하이브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도전하면 소액 주주들이 하이브에서 카카오엔터·SM 현 경영진 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인수 기대감에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훌쩍 뛰어넘어버렸던 것처럼 카카오엔터도 같은 길을 걸어 소액 주주들이 쉽사리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결국에는 카카오엔터도 공개 매수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며 "카카오엔터도 지금 SM이 너무나 절실한 상황이다. 많은 사람이 하이브의 인수로 끝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았기에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SM 현 경영진 측은 카카오엔터와 보조를 맞춰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며 주주 대상 '러브콜'을 이어갔다.

SM은 당초 2022∼2024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최소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지만, 이날 이를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SM 장철혁 CFO(최고재무책임자)는 "'SM 3.0' 전략은 특정 주주가 아닌 모든 팬과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주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자본배치 재무전략으로 목표 자본 구조를 영업이익의 0.5∼1배 수준의 순차입금을 유지하는 것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SM은 지금까지는 무부채기업으로 운영됐기에 일정 수준의 부채를 유지하면 빠르게 주주 수익률을 높일 수 있으리라고 내다봤다. 차입금으로 우선 사업 투자를 실행하고, 2순위로 주주환원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SM은 또한 같은 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63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635억원의 재원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지급하기로 돼 있었지만 계약 종료 등으로 아낀 프로듀싱 인세 추정 금액으로 마련될 계획이다.

이는 공개매수에 맞서 주가를 방어하는 동시에 치열한 표 대결을 앞두고 주주에게 현 경영진 측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SM은 그러나 "하이브가 증권사를 압박하면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한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SM 인수전을 둘러싸고 '하이브 대 SM·카카오엔터'의 전선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양측은 다음 달 31일 정기주주총회까지 극한 대립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매입해 1대 주주에는 올라섰지만,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공개매수로 목표 지분율(39.8%)에는 이르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이에 양측은 정기주주총회까지 각자가 그리는 SM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소액·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위임장을 받아내기 위한 명분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역시 지난 2주간 SM 현 경영진이 'SM 3.0' 비전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처럼 지배구조 개선에 이은 새로운 SM 비전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