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듣고 있다. /사진=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듣고 있다. /사진=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7일 가까스로 부결되면서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이 대표에게 정치적 치명상을 입혔다고 자찬하는 한편, 민주당은 비명(비 이재명)계의 반란이 현실화하면서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여야 의원 297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무효표 논란이 불거진 2표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판단에 따라 각각 반대 1표와 무효 1표로 분류됐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299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인 만큼,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그간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압도적 부결'을 외치면서 내부 결속을 다졌으나, 반대표가 민주당 의석(169석)에 크게 못 미치면서 찬성 또는 무효·기권 의사 표시를 한 이탈표가 상당수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표결 결과에 고무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취재진에 "우리가 정치적으로 승리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당권주자인 김기현 당대표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찬성이 과반을 넘지 못해 형식적으로는 부결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봉고파직이 된 것"이라며 "그토록 간절하게 매달렸던 호위무사들도 이제는 주군을 버렸다"고 비꼬았다. 이어 "그나마 장수로서의 알량한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이제는 무대에서 그만 내려오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의 결과는 상식적인 국민들이 이 대표에게 정치적인 사망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며 "온갖 비리와 부패를 막던 겹겹의 방탄이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다수의석을 앞세워 끝내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를 부정했다. 오늘은 역사 속에 길이 남을 국회 오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언제까지 '재명의 강'에 휩쓸려 떠내려갈 작정인가. 139 대 138이라는 오늘의 표결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대표와 민주당은 곱씹어 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도 예상 밖 이탈표에 적지 않게 당황한 분위기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표결 결과가 나온 직후 '김건희 특검'을 주장하면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친민주당계인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들은 검사 독재정권의 무도한 범죄 만들기는 완전 실패했다"며 "'김건희 특검', '50억 특검'을 반드시 하라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