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27일 오후 4시12분

증권사들이 올해 공모금액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대형화 경쟁에 나섰다. 대형 스팩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지만 합병이란 결실을 보지 못하면 오히려 스팩 시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27일부터 이틀 동안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공모가는 단일가 1만원으로 공모금액은 700억원이다. 2010년 대우증권그린코리아스팩(공모금액 875억원) 이후 약 13년 만에 미래에셋증권이 상장시키는 대형 스팩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연초부터 대형 스팩 상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오는 3월 2일 공모금액 400억원 규모 삼성스팩8호를 상장한다. 작년 삼성스팩7호(3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KB증권은 KB스팩24호(400억원)를, NH투자증권은 NH스팩29호(255억원)를 상장하기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스팩 대형화는 스팩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공모 규모가 작은 소형 스팩만 있으면 시장에서 주목하는 스팩 합병은 이뤄지기 어렵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스팩 열풍이 불면서 국내에서도 스팩 시장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며 “스팩 소멸 합병 방식이 도입되는 등 제도 변화에 맞춰 증권사들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스팩 대형화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대형 스팩이 상장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모금액이 200억원을 넘는 신규 상장 스팩은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2곳이었는데, 올 들어서는 벌써 4곳에 달하고 있다.

이들 스팩이 모두 합병 대상을 찾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공모금액을 감안하면 시가총액 3000억~1조원 수준의 기업을 찾아야 하지만, 국내에서 이런 규모의 기업이 스팩 합병을 선택한 적이 없다. 스팩 합병이 주로 일반 상장이 쉽지 않은 기업의 상장 방식이란 이미지가 굳어진 점도 걸림돌이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중소형 기업공개(IPO)가 흥행에 성공하자 스팩 합병을 검토한 일부 예비 IPO 기업도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