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본부장 "증시, 저점 지나는 중…리오프닝株 유망"
“뜨는 테마가 펀드로 나올 때면 이미 비싼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꾸준히 시장을 이기는 수익률을 입증한 펀드가 좋은 펀드입니다.”

국내 배당주 투자 전문가로 손꼽히는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총괄본부장(사진)은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펀드’와 ‘나쁜 펀드’의 기준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최 본부장은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펀드평가가 주관한 ‘2023 대한민국 펀드대상’에서 공모펀드 부문 ‘올해의 펀드매니저’를 공동 수상했다. 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 132명이 투표로 뽑은 상이다.

최 본부장은 베어링자산운용의 간판 장수 펀드인 ‘베어링고배당’을 운용하고 있다. 기초체력이 탄탄하고 배당 수익률이 높은 알짜 기업을 골라 담는 펀드다. 이 상품은 지난해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12%포인트 웃돌았다. 그는 “장기 투자에는 수익률 자체보다 변동성 관리가 핵심”이라며 “테마와 수급에 의존하지 않고 펀더멘털에 집중한다는 원칙을 지킨 것이 작년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선방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백신, 메타버스 등 여러 테마가 인기를 끌었지만 유망한 산업 전망을 고려하더라도 주가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1월 효과’를 톡톡히 누리다가 기세가 한풀 꺾인 국내 증시를 그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최 본부장은 “한국은 세계 경기에 민감해 무역수지와 같은 수출 통계가 대표적 펀더멘털 지표”라며 “그런 면에서 우리 증시는 저점을 지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상반기엔 지수에 추가 조정이 올 때마다 꾸준히 분할 매수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업종 면에서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관련주의 전망을 밝게 봤다. 최 본부장은 “중국 경제는 지난해 최악을 지났고 올 하반기부터는 경기 부양 노력에 힘입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와 함께 중국 소비·여행객과 관련된 산업을 주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1995년 펀드매니저 생활을 시작한 29년차 베테랑이다. 그의 지론은 이렇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 등을 경험하면서 펀더멘털에 기초해 변동성을 낮추는 투자가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급성장으로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이 “펀드매니저로서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당장 뜨는 테마, 잘 팔리는 펀드에 집중한 자산운용업계의 잘못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는 펀더멘털을 판단하기 어렵고, 판단이 맞더라도 끈기 있게 유지하기 쉽지 않다”며 “좋은 펀드로 간접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투자자들이 펀드를 선택할 때 3~5년에 걸쳐 연도별 수익률을 확인해볼 것을 권했다. 최 본부장은 “연도별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앞서는 해가 많고, 편차가 들쑥날쑥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펀드 이름, 운용 전략, 매니저 등이 자꾸 바뀌는 상품은 “일단 거르라”고 잘라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