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에 세계 1위 사업자 중국국영면세그룹(CDFG)이 결국 뛰어들었다. 국내 대기업 면세점 4사도 모두 참여해 ‘안방 사수’에 나섰다.

2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이날 CDFG를 비롯해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인천공항에 면세점 입찰신청서를 제출했다. 28일에 사업제안서와 가격입찰서까지 제출하면 서류 신청 절차는 마무리된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2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 1위에 오른 공항면세점이다. 특히 이번 면세사업권은 사업 기간이 10년에 달해 글로벌 면세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에 따라 국내 면세업계는 CDFG가 이번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제기해왔다.

업계에선 CDFG가 신규사업자로 선정되면 면세업계가 큰 타격을 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면세업계 매출의 90% 이상이 중국인으로부터 나오는데, CDFG가 이를 흡수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을 발판 삼아 국내 시내면세점은 물론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을 통해 한국 기여도를 인정받으면 향후 다른 면세점 입찰에서도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입찰 심사에선 가격과 함께 해당 기업의 국내 기여도 등 정성적 부분도 평가한다”며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을 통해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고 면세점 운영 능력을 입증한다면 앞으로 진행될 다른 국내외 입찰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입찰에서 CDFG가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국내 면세업계는 코로나19 기간 외국인 입국자 수 급감으로 타격을 받았지만 CDFG는 이 기간에 중국 정부의 자국 면세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외형을 불렸기 때문이다.

영국의 면세 전문지 무디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CDFG 매출은 93억6900만유로(약 12조원)다. 2위인 롯데면세점(40억4600만유로)과 3위 신라(39억6600만유로)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최종 사업자는 인천공항의 1차 심사(3월), 관세청의 최종 심사(4월)를 거쳐 결정된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