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Fed와 줄다리기, 원·달러 환율 변동성 키워…완만한 하락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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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
지난달 1220원대까지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 이달 들어 1300원대에 거래 중이다. 작년 4분기부터 올해 초까지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와 함께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선 미 Fed의 피벗(금리 정책 전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는 올 연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는 상황.
시장의 기대감과 달리, 미 Fed가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시한 점도표를 따르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위원은 한 명도 없다. 이달 열린 FOMC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올해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채권시장은 최종금리수준(Terminal rate)을 높였을지언정, 올해 연말 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둔 상황이다. Fed와 시장의 줄다리기에서 작년부터 낮아진 인플레이션은 시장의 시각에 힘을 실어줬지만, 2월 들어 여전히 강력한 미국의 고용시장과 소매판매가 확인된 이후에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Fed의 시각에 다시 힘이 쏠리고 있다.
작년에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쏠림까지 나타나며 작년 1월~10월에 달러지수의 상승 속도 대비 원·달러 환율의 상승 폭이 훨씬 가팔랐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작년 10월에 90.7포인트까지 하락했는데,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아닌 한국과 교역 관계에 있는 여러 국가들의 통화가치와 비교해봐도 10%가량 원화가 저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올해 1월에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98.4포인트까지 반등하면서 원화의 특별한 저평가는 일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2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함에 따라 2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도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단 그 조정 폭이 크지는 않아 작년과 같은 킹달러 현상을 회자시키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킹달러 현상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은 작년 11월 이후 회사채 시장의 신용위험은 크게 안정됐으며, 채권시장 내 국고채 금리가 다시 높아졌음에도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작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레벨에 올라서던 시기에는 레고랜드발 크레딧 리스크가 원화 자산에 대한 회피심리를 더욱 가중시켰다.
그렇다고 작년과 비교했을 때 원화의 약세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는 한국의 수출과 그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불안한 국내 경기 펀더멘탈 등의 변수가 여전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1월 발표된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2.9%로 예상했다. 이는 작년(3.2%) 대비 성장률이 0.3%포인트 정도 낮아진 것이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작년(2.6%)대비 크게 낮아진 1.7%를 제시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의 하강 속도(-0.3%포인트)에 비해 한국 경제의 하강(-0.9%포인트)이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따라서 글로벌 경기의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 개선과 경기 반등, 원화의 기조적 강세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시장과 미 Fed 간의 줄다리기가 금리 등 외환시장의 변수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다시 금융시장의 시각(연말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이 쏠리더라도 원·달러 환율의 기조적 하락에 무게를 두기는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BOJ의 정책 변경을 전망하고 있으며, ECB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BOE의 경우 금리인상 종료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시장과 중앙은행이 바라보는 시각 차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달러지수의 80%를 구성하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는 미국과의 내외금리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화들이다.
이런 특성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기준금리 스프레드 수준 이상으로 반응했던 이들 국가의 환율이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금융시장과 중앙은행의 시각 차이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엔·달러 환율 상승을 비롯해 달러·유로, 달러·파운드 환율 하락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달러지수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강달러 기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 등 원화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작년보다 개선됐다는 점에서 킹달러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올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보이나, 그 과정에서 변동성은 동반될 것으로 전망된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마켓리더의 시각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
지난달 1220원대까지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 이달 들어 1300원대에 거래 중이다. 작년 4분기부터 올해 초까지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와 함께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선 미 Fed의 피벗(금리 정책 전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는 올 연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는 상황.
시장의 기대감과 달리, 미 Fed가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시한 점도표를 따르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위원은 한 명도 없다. 이달 열린 FOMC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올해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채권시장은 최종금리수준(Terminal rate)을 높였을지언정, 올해 연말 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둔 상황이다. Fed와 시장의 줄다리기에서 작년부터 낮아진 인플레이션은 시장의 시각에 힘을 실어줬지만, 2월 들어 여전히 강력한 미국의 고용시장과 소매판매가 확인된 이후에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Fed의 시각에 다시 힘이 쏠리고 있다.
원화의 불안 요인 여전…작년보다 디스카운트 요인은 개선
이처럼 Fed의 시각에 힘이 실리면서 미국 채권금리의 상승과 달러지수 상승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는 2월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작년처럼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작년에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쏠림까지 나타나며 작년 1월~10월에 달러지수의 상승 속도 대비 원·달러 환율의 상승 폭이 훨씬 가팔랐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작년 10월에 90.7포인트까지 하락했는데,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아닌 한국과 교역 관계에 있는 여러 국가들의 통화가치와 비교해봐도 10%가량 원화가 저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올해 1월에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98.4포인트까지 반등하면서 원화의 특별한 저평가는 일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2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함에 따라 2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도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단 그 조정 폭이 크지는 않아 작년과 같은 킹달러 현상을 회자시키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킹달러 현상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은 작년 11월 이후 회사채 시장의 신용위험은 크게 안정됐으며, 채권시장 내 국고채 금리가 다시 높아졌음에도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작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레벨에 올라서던 시기에는 레고랜드발 크레딧 리스크가 원화 자산에 대한 회피심리를 더욱 가중시켰다.
그렇다고 작년과 비교했을 때 원화의 약세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는 한국의 수출과 그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불안한 국내 경기 펀더멘탈 등의 변수가 여전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1월 발표된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2.9%로 예상했다. 이는 작년(3.2%) 대비 성장률이 0.3%포인트 정도 낮아진 것이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작년(2.6%)대비 크게 낮아진 1.7%를 제시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의 하강 속도(-0.3%포인트)에 비해 한국 경제의 하강(-0.9%포인트)이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따라서 글로벌 경기의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 개선과 경기 반등, 원화의 기조적 강세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시장과 미 Fed 간의 줄다리기가 금리 등 외환시장의 변수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다시 금융시장의 시각(연말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이 쏠리더라도 원·달러 환율의 기조적 하락에 무게를 두기는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원·달러 환율, 올 연말까지 완만한 하락 전망
선진국의 힘겨루기에서 달러 자체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점도 원·달러 환율의 바닥을 높이는 요인이다. 현재 일본은행(BOJ)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BOE)은 긴축기조를 이어갈 것을 밝히고 있다.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BOJ의 정책 변경을 전망하고 있으며, ECB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BOE의 경우 금리인상 종료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시장과 중앙은행이 바라보는 시각 차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달러지수의 80%를 구성하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는 미국과의 내외금리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화들이다.
이런 특성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기준금리 스프레드 수준 이상으로 반응했던 이들 국가의 환율이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금융시장과 중앙은행의 시각 차이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엔·달러 환율 상승을 비롯해 달러·유로, 달러·파운드 환율 하락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달러지수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강달러 기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 등 원화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작년보다 개선됐다는 점에서 킹달러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올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보이나, 그 과정에서 변동성은 동반될 것으로 전망된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