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조선사와 협력사가 27일 적정 공사대금 지급과 임금체불 방지를 핵심으로 하는 상생협약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조선업 상생협의체를 발족한 지 110일 만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조선 5사와 협력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원청업체는 적정 기성금(공사가 이뤄진 만큼 주는 돈)을 지급하고 하청은 직원의 임금 인상률을 높이기로 했다. 원·하청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하청업체 간 출혈 경쟁으로 기성금이 줄어들면 그 피해는 하청업체 직원들이 보게 된다는 점을 감안했다.

또 제3자의 감시를 받는 에스크로 계좌를 도입해 하청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예방하기로 했다. 원청업체가 준 돈이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지급되도록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사 원·하청은 상시 업무에는 이른바 ‘물량팀’으로 불리는 재하도급 사용을 최소화하고 프로젝트 협력사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물량팀은 조선업 하도급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근로자층을 말한다.

이 밖에 용접 등 특정 공정 근로자에게 직무급제 등의 임금체계를 적용해 임금 수준을 올려줄 방침이다. 또 원청은 하청의 보험료 납부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정부는 연체금 면제, 체납 처분 유예 등의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조선업 상생협약이 다른 업종에서도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해소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벌일 수 있도록 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중 구조 문제는 (노동조합법 개정 같은) 법적·강제적 접근보다 이번 상생 협약처럼 당사자가 중심이 된 해법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입장문을 내 “노조가 빠진 상태에서 추진하는 상생협약은 조선업 몰락책”이라며 “일방적 추진에 동의할 생각이 없다”고 반발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