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주력하던 KT&G "하반기 소각 계획 밝힐 것"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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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가 조만간 자사주 소각 등을 포함한 3개년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다.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1월 말 기업설명회에서 “자사주 소각이 주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을 감안하면 친(親)주주정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라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KT&G는 대략 2002년을 기점으로 20여 년 간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작년 말 기준으로도 15%를 보유 중이다. 통상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 후 즉각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끌어올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등 선진국 증시에 상장된 회사들만 해도 자사주 소각이 배당보다 주가 상승에 효과적이라고 본다”며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KT와 함께 민영화된 공기업 3인방으로 불리는 KT&G는 선진형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이 개인 대주주의 취약한 지배력을 보완하기 위해 자사주를 활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다만, KT&G 사내 우호 지분이 11%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KT&G 경영진이 자사주를 외풍 방어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T&G는 자사주 매입 후 이를 사내 기금·재단에 기부해왔다.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15%(작년 9월 말 기준)를 포함해 KT&G가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은 돈만 3조원을 웃돈다.
KT&G의 재단·기금·조합 등 6개 사내 우호 지분이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넘어선 해는 2021년께로 추정된다. 2020년 말 감사보고서상 1대 주주로 기재돼 있는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1.52%였다. 2021년 말엔 8.51%로 줄었다. KT&G 측이 사내 우호 지분 11%에 대해 “최근 몇 년간 큰 폭의 변동 없이 오랫동안 꾸준히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한 데다 자사주 처분에 관한 공시가 2019년이 마지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1년 말에도 기금 등의 지분율은 11%였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KT&G 측은 자사주 처분을 통해 사내 우호 지분이 증가한 것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익법인인 KT&G복지재단(2003년 설립), KT&G장학재단(2008년) 등에 자사주 일부를 기부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영상의 이슈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칼 아이칸의 공세는 2006년에 있었다.
다만 증권가에선 공익법인인 재단도 KT&G 경영진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각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8년부터 복지재단을 이끌고 있는 민영진 이사장은 KT&G 대표(2010~2015년) 출신이다. 올해로 임기 6년째인 백복인 KT&G 사장은 장학재단 이사장을 함께 맡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과 사내기금은 의결권 행사 시 경영진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KT&G 경영진이 외국계 패시브 펀드와도 소통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안다”며 “인삼공사 분리 등 11개 주주제안서를 제출한 플래시라이트캐피탈매니지먼트(FCP)측이 외국계 주주와 더 가깝다고 볼 수는 있지만 현 경영진이 글로벌 전자담배 시장에서 필립모리스에 이어 2위를 넘보는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주요 주주들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기업들의 자사주 활용법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T&G만 해도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지 않음으로써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사내 우호 지분율을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상헌 애널리스트는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등 본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자사주도 신주 발행에 준하는 정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T&G, 포스코와 함께 ‘민영화 3인방’으로 불리는 KT도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와 자사주를 맞교환, 7.7%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같은 해 1월엔 신한은행과 동일한 거래를 통해 우호 지분 5.47%를 마련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행동주의 펀드 요구 점진적 수용 ‘모드’
KT&G 관계자는 6일 “2020년 발표한 ‘3개년 중장기 주주친화정책’ 이후의 주주환원계획에 대해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해당 계획이 구체화하는 대로 시장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KT&G는 대략 2002년을 기점으로 20여 년 간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작년 말 기준으로도 15%를 보유 중이다. 통상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 후 즉각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끌어올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등 선진국 증시에 상장된 회사들만 해도 자사주 소각이 배당보다 주가 상승에 효과적이라고 본다”며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KT와 함께 민영화된 공기업 3인방으로 불리는 KT&G는 선진형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이 개인 대주주의 취약한 지배력을 보완하기 위해 자사주를 활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다만, KT&G 사내 우호 지분이 11%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KT&G 경영진이 자사주를 외풍 방어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T&G는 자사주 매입 후 이를 사내 기금·재단에 기부해왔다.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15%(작년 9월 말 기준)를 포함해 KT&G가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은 돈만 3조원을 웃돈다.
사내 우호 지분 11% 확보한 KT&G
사내 우호 지분은 감사보고서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만 보고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KT&G장학재단, KT&G복지재단, 공영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 담배인삼공제회사사내근로복지기금, KT&G사내복지기금, 우리사주 등의 지분율은 모두 5% 이하로 보고 의무가 없다. 하지만 이들 기금·재단의 지분율을 합하면 약 1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보고서상 1대 주주로 기재돼 있는 국민연금관리공단(작년 9월 말 7.44%)을 웃도는 규모다.KT&G의 재단·기금·조합 등 6개 사내 우호 지분이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넘어선 해는 2021년께로 추정된다. 2020년 말 감사보고서상 1대 주주로 기재돼 있는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1.52%였다. 2021년 말엔 8.51%로 줄었다. KT&G 측이 사내 우호 지분 11%에 대해 “최근 몇 년간 큰 폭의 변동 없이 오랫동안 꾸준히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한 데다 자사주 처분에 관한 공시가 2019년이 마지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1년 말에도 기금 등의 지분율은 11%였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KT&G 측은 자사주 처분을 통해 사내 우호 지분이 증가한 것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익법인인 KT&G복지재단(2003년 설립), KT&G장학재단(2008년) 등에 자사주 일부를 기부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영상의 이슈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칼 아이칸의 공세는 2006년에 있었다.
다만 증권가에선 공익법인인 재단도 KT&G 경영진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각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8년부터 복지재단을 이끌고 있는 민영진 이사장은 KT&G 대표(2010~2015년) 출신이다. 올해로 임기 6년째인 백복인 KT&G 사장은 장학재단 이사장을 함께 맡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과 사내기금은 의결권 행사 시 경영진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KT&G 경영진 VS 차석용 앞세운 FCP, 치열한 주총 대결 펼칠 듯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와의 표 대결이 어떻게 결론 날 지 예측하기 힘든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KT&G는 현재 약 15%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도 3000억원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할 예정이다. 경우에 따라 15% 이상의 지분을 ‘백기사’ 동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KT&G 경영진이 외국계 패시브 펀드와도 소통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안다”며 “인삼공사 분리 등 11개 주주제안서를 제출한 플래시라이트캐피탈매니지먼트(FCP)측이 외국계 주주와 더 가깝다고 볼 수는 있지만 현 경영진이 글로벌 전자담배 시장에서 필립모리스에 이어 2위를 넘보는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주요 주주들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기업들의 자사주 활용법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T&G만 해도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지 않음으로써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사내 우호 지분율을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상헌 애널리스트는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등 본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자사주도 신주 발행에 준하는 정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T&G, 포스코와 함께 ‘민영화 3인방’으로 불리는 KT도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와 자사주를 맞교환, 7.7%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같은 해 1월엔 신한은행과 동일한 거래를 통해 우호 지분 5.47%를 마련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