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이 낳은 서빙로봇 회사, 어떻게 사장님 마음을 훔쳤나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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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이 낳은 서빙로봇 회사
어떻게 사장님 마음을 훔쳤나
어떻게 사장님 마음을 훔쳤나
매장 한 곳당 월 평균 서빙 건수 2250건, 서빙 거리 60㎞. 하루 평균 10시간 사용. 서빙로봇 스타트업 비로보틱스의 로봇들이 식당 1000여 곳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성과다. 최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에서 분사한 비로보틱스는 렌털 서빙로봇 상품을 보급하고 있다. 한경 긱스(Geeks)가 김민수 비로보틱스 대표를 만나 서빙로봇 시장 현황과 외식업계 자동화 시장 전망에 대해 들었다.김민수 비로보틱스 대표는 “5년 뒤엔 서비스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리딩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며 “우아한형제들의 사업부가 분사한 건 비로보틱스가 처음인데 가장 좋은 성공 사례로 만들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19년부터 배달의민족 서빙로봇사업실을 이끌면서 국내 서빙로봇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대표 상품은 국내 식당에 최적화한 서빙로봇인 ‘배민로봇S’다. 36개월 대여 서비스를 한다. 이 서빙로봇은 매장 내 테이블 구성을 감안해 음식을 나른다. 10.1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메뉴 홍보도 가능하다. 36개월 뒤엔 반납하거나 300만원을 내고 로봇을 구입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폐업률이 높은 외식업계 사장님들은 비싼 서빙로봇을 한번에 구입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린 자동차 리스 프로그램처럼 월 35만원가량을 내면서 36개월을 쓴 뒤에 구매냐 반납이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반납된 서빙로봇은 중고 프로그램으로 저렴하게 대여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외식업계는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라 구인난이 심하고 어렵게 직원을 구해도 빨리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서빙로봇이 무거운 그릇을 나르는 등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하면 직원들은 체력을 아끼고 고객 응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엔 식당 직원 모집 공고에 ‘매장 내 서빙로봇이 있다’는 게 홍보 문구로 올라오기도 한다.
서빙로봇이 실제 도움이 될지 반신반의했던 자영업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직원들의 퇴사율이 낮아지고 영업 효율이 높아지는 게 확인되면 반응이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처음엔 갸우뚱했던 사장님들도 이젠 ‘로봇 없인 장사 못하겠다’고 하신다”며 “로봇은 항상 일할 준비가 돼있다 보니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비로보틱스는 하드웨어 국산화를 통해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하드웨어를 중국 협력사로부터 공급받고 있지만 곧 국내 제조를 시작해 기술력을 내재화하고 수출에 나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와 협업해 올해 안에 여러 국가에서 테스트 운영을 해볼 예정”이라며 “중동과 북유럽 시장을 우선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배달의민족 서빙로봇사업실이 비로보틱스로 분사한 이유는 뭡니까.
A: 배달의민족과는 타깃으로 하는 매장 유형이 다릅니다. 비로보틱스는 배달을 많이 하는 매장보다는 홀이 큰 매장들이 대상입니다. 배민 안에서 하는 것보다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게 여러 상황을 고려했었을 때 맞다고 판단했고 지난해 3분기부터 분사를 준비했습니다.
Q: 비로보틱스의 서빙로봇은 시중에 얼마나 보급돼 있나요.
A: 현재 전국 1000여 개 식당에서 1500여 대의 비로보틱스 서빙로봇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장과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PC방에서도 쓰이고 있어요. 올해는 1500대를 추가로 보급해 3000여 대의 서빙로봇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Q: 서빙로봇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매장의 특징이 있을까요.
A: 초창기에는 도입 요건이 좀 까다로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로봇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만 확보된다면 어디서든 활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큰 고깃집 같은 곳은 트레이 서빙을 나가는 횟수가 상당히 많아요. 처음 세팅, 그 다음에 반찬, 그 다음에 고기, 다음 또 반찬 리필 같은 식으로 계속 나가거든요. 서빙로봇이 큰 도움이 됩니다. 또 테이블 숫자가 10~12개 정도 되는 중형 매장의 경우 사람을 한 명 더 뽑자니 애매한 경우가 있는데 로봇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Q: 어떤 식으로 서빙로봇이 도입돼 운영되나요.
A: 처음엔 매장에 직원이 가서 로봇 동선에 대한 컨설팅을 합니다. 그걸 기반으로 실제 설치를 하고 로봇에 매장 지도를 한번 그려줍니다. 이후엔 식당 사장님들이 직접 플랫폼을 통해 로봇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습니다. 로봇에 원하는 메뉴 사진이나 홍보 영상을 넣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해놨고, 사장님들이 접속해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습니다. Q: 2019년 말에 첫 로봇 렌털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상용화에 대한 자신이 있었습니까.
A: 배달로봇보다는 서빙로봇을 더 빨리 사업화할 수 있겠다는 확신은 있었어요. 배달로봇 같은 경우엔 요구되는 기술력이 상당히 높거든요.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해야 하다 보니까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야 된다거나 타야 된다거나 아니면 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거나 하는 여러 돌발 상황들이 생깁니다. 영상 관제 기술 같은 게 필요해요. 그래야 필요한 순간에 사람이 원격으로 개입할 수 있거든요. 사람이 바로 개입하려면 영상 감지에도 딜레이가 없어야 해요. 굉장히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고 현실적으로 여러 규제도 있어요. 반면 서빙로봇은 그런 게 요구되지 않습니다. 원래 식당에서 쓰던 카트를 자율주행화한다 정도로 보면 충분히 말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Q: 하드웨어는 중국 회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요.
A: 국내에 로봇하는 회사들은 거의 다 만났던 것 같아요. LG전자와는 2020년 초에 공동 개발 과제도 했어요. 여러 협업을 통해 결론을 내렸던 게 이 서빙로봇이라는 건 높은 기술력보다는 다양한 환경의 매장에서 최적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중국은 10년 전부터 로봇 산업에 큰 투자를 하면서 서빙로봇 최적화를 이미 많이 해놨습니다. 국내 회사들이 그 부분을 따라잡기가 쉽지가 않았어요. 다만 지난해부터는 국내 로봇을 비롯해 다른 나라 로봇들의 최적화 수준도 높아지면서 어느 정도 기술이 평준화됐다고 봅니다.
Q: 국내 서빙로봇 시장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A: 작년 시장이 5000대 수준까지 성장했는데 그 전년도엔 2000대 정도밖에 없었거든요. 작년 한 해 기존 시장의 두 배 넘게 성장을 한 셈이고요. 올해도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이 갖고 있는 구인난 문제는 해소되지 않은 채 계속 가속화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로봇처럼 일손을 덜어줄 수 있는 서비스는 계속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는 시장 전체적으로 8000대까지는 가지 않을까 봅니다. 4~5년 뒤엔 국내 식당에 8만~9만대의 서빙로봇이 운영되고 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스크린골프장이나 PC방 등에까지 확대된다면 10만~20만대까지 늘어날 수도 있고요. Q: 비로보틱스 서빙로봇의 경쟁력은 뭘까요.
A: 일반적인 가전과는 달리 로봇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다 보니 기술적인 도움이 필요해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얼마나 빨리 해결해줄 수 있느냐 하는 영역에서 차별화가 된다고 보고요. 또 기존에 시장에 있었던 상품은 렌털을 하면 한달 55만원 이상의 돈을 냈어야 했는데 폐업률이 높은 외식업계에선 상당히 부담되는 비용입니다. 비로보틱스는 월 납부액을 35만원 정도로 낮추고 36개월 쓴 후에 구매냐 반납이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어요. 낮은 금액으로 로봇을 이용하다가 마지막에 구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상품을 만들었죠.
Q: 우아한형제들 자회사로서 갖는 강점도 있을까요.
A: 분사했지만 비로보틱스 로봇 브랜드는 여전히 '배민로봇'으로 브랜딩을 하고 있습니다. 사장님들이 배민이라는 브랜드에 큰 안정감을 느끼다 보니까요. 또 장기적으로는 우아한형제들이 하고 있는 '배민상회' 등 식자재 구매 서비스와 연결해서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협업을 고민해볼 수도 있습니다.
Q: 서빙로봇이 더 대중화되면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요.
A: 홀서빙이 육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힘들다보니까 직원 퇴사율이 굉장히 높아요. 그런데 오히려 서빙로봇이 도입되면 퇴사율이 낮아집니다. 직원 공고 올릴 때 '우리 가게엔 서빙 로봇이 있다'고 홍보하는 가게도 있습니다. 무거운 그릇 옮기는 건 로봇이 하기 때문에 일하기 편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직원들이 피곤하지 않으니까 서비스를 잘하게 되고 그러면 매장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한번 찾았던 고객들이 다시 방문하는 선순환을 경험하신 사장님들이 많아요. 비로보틱스의 비전은 '모두가 일하기 편한 세상을 만듭니다'예요. 사장님은 물론 직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죠.
Q: 외식업계 자동화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A: 사람이 하기 힘든 곳들에 자동화가 되겠지만 매장 자체에 사람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한 명도 없는 매장'은 현실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식당은 사람과의 교류가 꼭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커피 매장 같은 경우엔 바리스타 로봇을 도입해 무인 매장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있는데 고객이 주문을 하고 오류가 생겨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자동화된 솔루션 로봇 역시 고객의 문제를 즉시 해결해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사람과 로봇, 자동화 솔루션이 같이 어우러지는 형태로 될 것이라고 봅니다. Q: 서빙로봇 외에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도 있나요.
A: 많은 회사들이 조리 쪽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조리 영역에 자동화 시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저희 역시 UCLA의 데니스 홍 박사님과 산업 과제로 조리로봇을 개발했던 적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서빙로봇을 확실하게 하고, 중장기적으론 조리로봇 쪽으로도 기회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Q: 비로보틱스의 올해 계획은.
A: 하드웨어 제조 쪽을 고민하고 있어요. 당장 비로보틱스 혼자 개발한다기보다는 중국 파트너와 협조해 국내에서 제조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고요. 국내에서 제조하면 제품에 대한 장악력이 더 올라가고 해외 진출을 할 때 관세 등에서 여러 이점을 누릴 수 있거든요. 또 우아한형제들의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가 전 세계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보니 해외 진출을 위한 로봇 수요가 있는 국가들을 선별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몇 개 국가를 선정해서 테스트 운영을 해볼 생각이에요. 특히 북유럽처럼 인건비가 비싼 국가들에서 서빙로봇 니즈가 있습니다.
Q: 5년 후 비로보틱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A: 글로벌 서빙로봇 1위 기업, 또 서빙뿐만 아니라 일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여러 솔루션들을 같이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외식업이라고 꼭 한정짓고 싶진 않고요. 해외에선 서빙로봇이라는 표현을 안 쓰고 서비스로봇이라고 하더라고요. 서비스로봇 분야 1위 기업이 되겠습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