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축구 팬들이 봉제 인형 수천 개를 그라운드로 던져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최근 강진 피해를 겪은 어린이들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였다.

2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보다본 경기장에서 열린 베식타스와 안탈리아스포르의 프로축구 경기가 전반 4분 17초께 중단됐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경기가 중단된 이유는 관중석에서 날아온 수천 개의 봉제 인형 때문이었다. 전반 4분 17초가 되자 관중들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인형을 일제히 그라운드를 향해 던졌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인형으로 가득 찼고, 경기 관계자들과 양 팀 선수들은 이를 주워 모았다.

이는 홈팀 베식타스 팬들이 지진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였다. 전반 4분 17초에 맞춰 인형을 던진 것은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지진의 발생 시각인 새벽 4시 17분을 기억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형들은 지진 피해를 겪은 아이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베식타스 구단은 "팬들이 스카프, 베레모, 봉제 인형을 지진 피해 지역 어린이들에게 선물했다"며 "지진 피해 어린이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이 같은 행사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베식타스 수비수 타이이브 사누크는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며 "우리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일부 팬들은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현재 튀르키예에서는 지진 발생 당일을 비롯해 그 이후 발생한 수많은 여진에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초 지진 이후 600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 사상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