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업재해보험 가입 대상자가 92만5000명이나 늘어난다. 취업 근로자 증가 때문이 아니라 가입 조건 완화에 따른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하위 법령 정비를 마치면 오는 7월부터 캐디, 배달 라이더, 화물차주 등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종사자로 산재보험 적용이 대폭 확대돼 총가입자가 2100만 명에 육박하게 된다.

산업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보험 적용을 확대해 가자는 취지 자체는 좋다. 본질로는 계약 기반의 자영사업자에 가깝지만, 캐디나 배달 종사자로의 산재 확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사회 통념이나 정서적으로 보면 야박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산재보험도 기본적으로 보험이다. 가입자(요건)가 있고 보험료·보험금도 있다. 사회보험인 산재보험은 기업 근로자의 경우 100% 회사가 보험료를 내는 특성이 있다. 장기적으로 보험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려면 재원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그러자면 과잉 보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공적 보험 확대는 경제성장률과 기업의 조세 및 준조세 부담 증가율 등을 종합적으로 봐가며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늘어나는 산재보험 대상자에 대한 보험료 부담은 결국 사업자가 진다. 사업자 부담 증가로도 기금 유지가 안 되면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 요량 없이 적용 대상을 마구 늘렸다는 비판을 받아온 고용보험도 그렇게 유지되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고용보험은 오르는 보험료를 근로자와 회사가 나눠 내지만 산재보험료 부담은 사업자 몫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정책의 명분이 좋다고 과정·결과까지 좋다는 법은 없다. 복지를 내세운 정책, 특히 포퓰리즘 기반 선심 행정의 치명적 함정이다. 이번에도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과 사업자 몫이 된다. 지속 가능한 복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이고 신중한 복지’로 제대로 가고 있느냐에 대한 국가적 성찰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