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국세 수입이 42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조8000억원이나 급감했다. 예산 대비 징수액 비율인 ‘진도율’은 10.7%로 최근 5년 평균(12.5%)을 크게 밑돌았다. 경기 부진이 세수 부족을 부르고, 이로 인해 정부의 손발이 묶여 불황이 가속화하는 악순환 조짐이 완연하다.

정부는 그동안 올 예산안에 잡힌 국세 수입 400조5000억원은 보수적 전망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연초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 국세 수입은 보수적 전망치보다 10조원 안팎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세액이 물가 변동에 연동하는 주세 수입만 소폭 늘었을 뿐 다른 모든 세수가 동시에 급감하고 있어서다. 특히 ‘3대 세목’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동반 추락이 올 재정 운용에 비상벨을 울렸다.

세수 부족액은 결국 국고채나 재정증권 발행으로 메워야 하고 이는 나라 살림을 더욱 압박할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 나랏빚이 연 100조원 넘게 불어나는 상황에서 추가로 빚을 낼 경우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경기 둔화에 대응해 역대 최고 수준인 65%의 재정을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한 마당이라 경기 회복에도 직격탄이다.

세수 결손이 사생결단으로 치닫는 정국과 맞물릴 경우 더 파괴적인 결과가 예상된다. 대표 체포동의안으로 곤욕을 치른 거대 야당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추경을 통한 득표 작전에 올인할 공산이 크다. 지난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30조원 규모의 긴급 추경 편성을 압박했다. 정부 역시 기업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등 세수 확대 총력전을 펼칠 개연성이 높다.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세수 부족 사태는 역설적으로 재정준칙(국가재정법 개정안) 입법의 필요성을 키운다.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통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이 입법부와 행정부의 포퓰리즘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재정준칙이 없다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50%에 달할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고까지 나와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엊그제 막을 내린 2월 국회에서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재정준칙 입법을 무산시켰다. 말로만 민생을 떠드는 이중 플레이에 대한 국민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