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병과 같은 옷 입는 수수함, 군율엔 엄격한 장군이 홍범도"
“홍범도 장군은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리더였습니다. 격전지에서도 백마를 타고 권위와 위엄을 뽐내던 일부 독립군 지도자와 달랐죠. 독립투사라는 점을 떠나 인간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은 분입니다.”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사진)는 28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민족의 장군 홍범도>(한길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동엽문학상과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은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홍범도 전문가’다. 40여 년 전인 1982년부터 홍범도 연구에 나섰다. 2000년 방문교수로 미국에 갔을 때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서 발견한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2003년 10권짜리 서사시 <홍범도>를 펴내기도 했다.

올해 홍범도 순국 80주기를 맞아 나온 <민족의 장군 홍범도>는 이 교수가 40년 넘게 매진한 홍범도 연구의 결정체다. 홍범도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이지만,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소설적 요소를 가미했다.

1868년 평양에서 태어난 홍범도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독립군 지도자다. 1943년 카자흐스탄에서 숨을 거둔 그의 유해는 2021년 국내에 송환돼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독립운동가들이 대개 양반이었던 것과 달리 가난한 농민 가정 출신이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15세까지 먼 친척 집에서 머슴살이하다 서러움을 안고 도망쳐 나왔다. 나이를 속이고 조선군에 입대했는데 부조리를 못 참고 상관을 두들겨 패다 죽여버린다. 이후 절에 출가했다가 다시 총으로 동물을 사냥하는 포수로 활동하던 중 의병 활동에 투신했다.

이 교수는 “홍 장군의 생애를 통틀어 가장 특별했던 건 ‘소박한 삶’과 ‘항상 자신을 낮추는 자세’였다”고 했다. 홍범도의 부대는 사령관이나 말단 병이나 수수한 갈색의 군복을 입었다. 산악 전투 중 열이 펄펄 끓어 초주검이 된 부하에게 직접 약초를 달여 숟가락으로 먹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군율은 엄격하게 운영했다. 마을의 젊은 아낙을 겁탈한 부하는 단호히 처형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