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10년 만에 최대…건설사가 나서면 해소될까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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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7만5359가구로 집계됐습니다. 한 달 전인 작년 말 6만8148가구에 비해 10.6%(7211가구) 늘어났습니다. 10년 만에 최대 물량입니다. 미분양발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정부는 일단 분양가격이 높거나 입지가 좋지 않은 외곽 지역 분양이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할인 분양 등을 통해 민간이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민간은 미분양 해결 여력이 있는데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우선 아파트 공급 메커니즘을 좀 살펴봐야 합니다. 아파트 공급 주체는 '시공사'와 '시행사'로 나뉩니다. 시공사는 건설회사, 시행사는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라고 보면 됩니다. 시행사에는 민간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체), 재건축·재개발 조합, 건설사 등이 포함됩니다. 예컨대 민간 법인이 도심에 땅을 사서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한다면 이 법인이 시행사가 되는 겁니다. 또 건설사가 공공택지에서 아파트 용지를 사서 사업을 한다면 시행과 시공을 이 건설사가 맡게 되는 겁니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는 대부분 아파트를 짓는 시공사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일부 자체 사업이 있어 시공·시행 역할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공사만 맡습니다. 호남권 건설사 등 일부 주택업체는 공공택지 위주로 사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시행·시공을 함께합니다.
아파트 공급 주체는 어디까지나 시행사이기 때문에 미분양이 났을 때 시행사가 주도적으로 자구책이나 해결책을 마련하게 됩니다. 시공사는 도급 형태로 공사를 맡기 때문에 직접 관여할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미분양이 발생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등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공사비를 못 받기 때문에 시공사도 미분양 해결에 대해 시행사에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지방 중 광역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대부분입니다. 시도의 경우 공공택지 사업이나 민간 디벨로퍼 사업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조합 등 시행사가 주도하는 사업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시공사(건설사)는 시행사에게 입주 물량, 최근 아파트값, 금리 동향 등 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적정 분양가를 제시합니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존 아파트 가격이 많이 빠져서 분양가도 당초 조합이나 디벨로퍼 등 시행사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낮게 책정됩니다. 그래도 청약 경쟁률은 대거 미달 사태를 빚기 일쑤입니다.
여기서 변수가 좀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오른 금리도 여전히 부담입니다. PF 대출 등 조달 금리가 사업 초기 예상치보다 두 배가량 뛰었습니다. 공사비도 1년 새 30%가량 인상된 게 주지의 사실입니다. 보통 시행사는 전체 사업비의 10% 정도를 수익으로 잡고 사업을 추진합니다. 시공사는 공사비(전체 사업비의 40% 안팎)의 10% 정도를 이익으로 정하고 수주에 나섭니다. 그런데 공사비 급등과 금리 인상으로 분양을 하기도 전에 사업성이 팍팍해진 상태입니다.
시행사가 이 같은 요구 조건을 들어준다고 해도 미분양이 해소될지 의문입니다. 금리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실거래가는 30% 가까이 빠졌지만 아직 바닥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으려면 분양률이 최소 60%는 넘어야 합니다. 분양률이 20%여서 할인책을 꺼냈는데 계약률이 40%밖에 안 되면 아주 난감한 상황에 부닥칩니다. 오도 가도 못하는 거죠. 한 시행사 임원은 "중도금 무이자나 분양가 할인 카드를 꺼냈을 때 계약률이 60%를 웃돈다는 보장이 있으면 대부분의 시행사가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보장되리라고 기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분양 아파트 해결에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사(건설사)가 나설 수 있는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시행사가 키를 쥐고 있습니다. 시행사는 소비자 심리와 시장 상황, 사업성과 금융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합한 카드를 쓰는 겁니다. 다만 시장 상황이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어떤 카드를 내밀어도 상반기 소비자의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미분양 해결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정부는 일단 분양가격이 높거나 입지가 좋지 않은 외곽 지역 분양이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할인 분양 등을 통해 민간이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민간은 미분양 해결 여력이 있는데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아파트 사업 주체는 시행사
미분양 함수는 좀 복잡합니다. 단순하게 할인 분양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가격 바닥이 확인되지 않아 대부분의 청약 수요자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웬만한 당근책을 내놔도 수요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쉽지 않습니다.우선 아파트 공급 메커니즘을 좀 살펴봐야 합니다. 아파트 공급 주체는 '시공사'와 '시행사'로 나뉩니다. 시공사는 건설회사, 시행사는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라고 보면 됩니다. 시행사에는 민간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체), 재건축·재개발 조합, 건설사 등이 포함됩니다. 예컨대 민간 법인이 도심에 땅을 사서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한다면 이 법인이 시행사가 되는 겁니다. 또 건설사가 공공택지에서 아파트 용지를 사서 사업을 한다면 시행과 시공을 이 건설사가 맡게 되는 겁니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는 대부분 아파트를 짓는 시공사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일부 자체 사업이 있어 시공·시행 역할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공사만 맡습니다. 호남권 건설사 등 일부 주택업체는 공공택지 위주로 사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시행·시공을 함께합니다.
아파트 공급 주체는 어디까지나 시행사이기 때문에 미분양이 났을 때 시행사가 주도적으로 자구책이나 해결책을 마련하게 됩니다. 시공사는 도급 형태로 공사를 맡기 때문에 직접 관여할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미분양이 발생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등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공사비를 못 받기 때문에 시공사도 미분양 해결에 대해 시행사에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지방에 미분양 물량이 전체의 84%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물량 중 지방이 84%인 6만3102가구로, 수도권(1만2257가구)의 5배가량 많습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가 8052가구로 전체의 60%를 웃돕니다. 지방의 경우 구체적으로 대구가 1만3565가구로 가장 많습니다. 경북 9221가구, 충남 8653가구, 충북 4374가구, 울산 4253가구 등입니다.지방 중 광역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대부분입니다. 시도의 경우 공공택지 사업이나 민간 디벨로퍼 사업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조합 등 시행사가 주도하는 사업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시공사(건설사)는 시행사에게 입주 물량, 최근 아파트값, 금리 동향 등 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적정 분양가를 제시합니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존 아파트 가격이 많이 빠져서 분양가도 당초 조합이나 디벨로퍼 등 시행사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낮게 책정됩니다. 그래도 청약 경쟁률은 대거 미달 사태를 빚기 일쑤입니다.
여기서 변수가 좀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오른 금리도 여전히 부담입니다. PF 대출 등 조달 금리가 사업 초기 예상치보다 두 배가량 뛰었습니다. 공사비도 1년 새 30%가량 인상된 게 주지의 사실입니다. 보통 시행사는 전체 사업비의 10% 정도를 수익으로 잡고 사업을 추진합니다. 시공사는 공사비(전체 사업비의 40% 안팎)의 10% 정도를 이익으로 정하고 수주에 나섭니다. 그런데 공사비 급등과 금리 인상으로 분양을 하기도 전에 사업성이 팍팍해진 상태입니다.
○분양가 할인 카드로 계약률 오를까
분양 전에 적자 상태로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최소한의 수익을 유지하는 구조 속에 모델하우스를 엽니다. 미분양이 납니다. 미분양 해소책으로 중도금 무이자나 이하 후불제, 발코니 확장 등 각종 유상옵션의 무상 전환, 분양가 할인 등이 있습니다. 이들 대책을 쓰려면 시행사 이익을 줄여야 합니다. 시행사는 투자를 받거나 금융권 차입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기대 수익이 줄면 곤란한 지경에 처합니다. 시공사는 공사 수익을 줄이거나 심지어 이익을 남기지 않겠다면서 시행사에 미분양 해소책을 쓸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시행사가 이 같은 요구 조건을 들어준다고 해도 미분양이 해소될지 의문입니다. 금리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실거래가는 30% 가까이 빠졌지만 아직 바닥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으려면 분양률이 최소 60%는 넘어야 합니다. 분양률이 20%여서 할인책을 꺼냈는데 계약률이 40%밖에 안 되면 아주 난감한 상황에 부닥칩니다. 오도 가도 못하는 거죠. 한 시행사 임원은 "중도금 무이자나 분양가 할인 카드를 꺼냈을 때 계약률이 60%를 웃돈다는 보장이 있으면 대부분의 시행사가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보장되리라고 기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분양 아파트 해결에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사(건설사)가 나설 수 있는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시행사가 키를 쥐고 있습니다. 시행사는 소비자 심리와 시장 상황, 사업성과 금융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합한 카드를 쓰는 겁니다. 다만 시장 상황이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어떤 카드를 내밀어도 상반기 소비자의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미분양 해결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