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거 공급한 미국이 군수품 재고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 방산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풍산, LIG넥스원을 비롯한 국내 방산기업들이 미국의 군수품 재고 복원 과정에 참여해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엔 美군수창고 채우자"…K방산, 또 잭팟 터트리나
1일 미국의 3대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 1월까지 우크라이나에 보낸 155㎜ 포탄은 107만4000발, 작년 8월까지 제공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은 7~8년치 생산량에 해당하는 8000발에 달했다. CSIS는 미군이 155㎜ 포탄 100만 발과 재블린 8000발을 다시 창고에 쌓는 데 5~7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소는 “미군이 겪고 있는 155㎜ 포탄 부족 사태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CSIS는 이 같은 무기 재고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는 한편 주요 동맹국과 무기를 공동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 협상팀이 최근 방한해 한국 방산업체와 포탄 공급 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업체와 미 국방부 간 탄약 수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방산업계는 5.56㎜ 소총 탄알부터 155㎜ 포탄 등을 생산하는 업체인 풍산을 주목하고 있다. 풍산은 수출 협상 계약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판 재블린’으로 불리는 현궁을 생산하는 LIG넥스원도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재블린을 모델로 이 회사가 개발한 대전차 휴대용 미사일인 현궁 가격은 재블린(한 발에 1억원 추정)의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재블린 재고 부족 사태가 현궁 수출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미국 군수품 재고 부족 등을 한국 방산업체가 메울 것이라는 관측에 한국 업체들의 실적 전망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풍산의 올해 방산부문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것은 물론 작년보다 11.1% 늘어난 수준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방산업계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도 모두 작년 수준을 넘어선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