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28시간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학폭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과거 교육당국이 실행하려다가 정권교체와 함께 동력을 잃은 ‘학폭 엄벌주의’가 부활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주호 11년 전 ‘학폭 엄벌주의’ 세워

1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조치 사항의 생활기록부 보존을 강화하는 내용의 ‘초·중등 교육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학폭위 조치 사항의 생활기록부 보존 기간을 법률로 규정해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생활기록부 기재 기한도 연장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학폭 근절을 위해 여러 조치를 해왔지만 이렇다 할 실효성이 없었다”며 “가장 현실적인 대입에 문제가 되도록 해야 학폭 경각심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입 정시에서 학폭 등 인성을 반영하도록 하는 ‘정순신 아들 방지법’을 내놓겠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학생부에 학폭 가해 사실을 기록하는 방안은 2011년 12월 대구에서 중학생이 집단 괴롭힘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처음 만들어졌다. 학생부 기록 내용은 초등학교 중학교는 졸업 후 5년, 고등학교는 졸업 후 10년간 보존해 대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엄벌주의 학폭 원칙을 수립한 장본인이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 부총리다.

하지만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학폭 가해자 처벌 조치는 점점 약해졌다.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해 교육적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해지면서다.

2013년 학폭 가해자의 학생부 기재 기간이 2년으로 단축됐고, 반성하면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에는 서면사과, 접근금지 등 교내 선도형 조치를 받은 가해자에 한해 학생부 기재를 유보할 수 있도록 바꿨다.

현장에선 ‘엄벌주의’ 경계 목소리

윤 대통령이 ‘법치’를 언급하며 학폭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만큼 교육부가 11년 만에 다시 엄벌주의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산업현장의 법치를 세우는 것처럼 교육현장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간 질서와 준법정신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일방적이고 지속적이고 집단적인 폭력은 교육현장에서 철저히 근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엄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 의원 대표발의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서울, 부산, 대구 등 11곳이 ‘얻어지는 공익에 비해 학생의 진로 설계, 사회 진출 방해 등으로 학생이 입는 피해가 현저히 크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학폭 가해 학생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을 우려가 있고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행정심판, 소송, 민원이 증가할 수 있다고도 봤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엄벌주의만으로는 학폭 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학폭위 심의와 조치 과정에서 갈등 조정, 진정한 사과, 화해와 치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상담·교육 프로그램이 충실히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현장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이달 말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