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1만7천여명의 모습 그리는 것이 최종 목표"
'한폭의 그림에 담은 애국 정신' 독립운동가 화가 주환선씨
1만7천644명.
정부에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들을 포상하기 위해 공인한 독립유공자 수다.

주환선(43) 작가는 나라를 위해 온몸을 내던진 이들의 얼굴을 10년째 그리고 있다.

'독립운동가 작가'인 주 작가는 "단순히 독립운동가가 멋있다는 이유로 시작한 작업이 이제는 사명감이 됐다"고 1일 말했다.

'한폭의 그림에 담은 애국 정신' 독립운동가 화가 주환선씨
그는 어쩌다 10년째 독립운동가를 그리게 됐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본래 일본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러다가 어릴 적 꿈인 그림을 다시 그려야겠다고 생각했고, 때마침 본 다큐멘터리 한 편이 그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고 독립운동가를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모델을 구할 돈이 없던 터라 독립운동가 사진을 보고 인물화를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시작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폭의 그림에 담은 애국 정신' 독립운동가 화가 주환선씨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유화로 그린 독립운동가 인물화가 있다.

특징은 눈이 그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주 작가는 "편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스스로가 부끄러워 독립운동가와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는 뜻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한폭의 그림에 담은 애국 정신' 독립운동가 화가 주환선씨
독립운동가 가운데서도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워낙 많다 보니 역사 공부는 항상 필수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도 다큐멘터리 등 역사와 관련된 영상을 시청하며 작업한다.

부산 사상구 출신으로 탑골공원에서 만세 시위를 주도한 동산 김형기, 제주도에서 제주해녀항일운동을 이끈 여성독립운동가 부춘화 열사 등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그림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다.

주 작가는 "잘 모르는 인물이 있으면 틈틈이 자료를 찾아 계속 공부하려 한다"며 "이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활동한 미국인 선교사, 조선인을 도왔던 일본인들을 알게 돼 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폭의 그림에 담은 애국 정신' 독립운동가 화가 주환선씨
일제강점기 특성상 독립운동가의 사진이나 외관을 설명하는 문헌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아 힘들 때도 있다.

그나마 얼굴만 있는 사진이라도 어렵게 확보하면 어깨 아래는 상상해서 그리는 방식으로 그림을 완성한다.

주 작가는 "얼굴 사진도 남아 있지 않은 독립운동가가 많은데, 역사학자 등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자료를 발굴하면 사진을 보내줘 한분 한분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립운동가를 그리는 작업이 수년째 이어지다 보니 개인전 혹은 다른 작가들과 함께 그룹전도 여러 차례 열었다.

그래비티로 독립운동가를 그리기로 유명한 레오다브 작가나 헥스터 작가로부터 연락을 받아 함께 전시회를 하기도 했다.

'한폭의 그림에 담은 애국 정신' 독립운동가 화가 주환선씨
그의 최종 목표는 독립운동가 1만7천644명의 그림을 벽에 가득 채우는 전시회를 여는 것이다.

그는 "가정이 생기면서 당시 가족을 남기고 떠나야 했던 독립운동가들이 더욱 대단하고 슬프게 느껴져 이 일이 이제는 사명감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삼일절이나 광복절 등 특정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독립운동가를 떠올리는 시민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