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 '책임준공형' 현장이 어렵다고 하는데…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건설부동산 업계에 떠도는 이야기 중 하나는 부동산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지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중견·중소 건설사가 어려워진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잘 들어보지 못한 건설사들이 짓는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소규모 아파트, 생활숙박시설, 물류창고 등이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으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흔히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혹은 '책준 상품'으로도 불리는 이들 사업이 왜 어려울까요.
부동산 신탁 업무는 크게 '개발신탁'으로도 불리는 토지신탁과 비토지신탁으로 나뉩니다. 토지신탁은 또 관리형 토지신탁(관리신탁)과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구분됩니다. 비토지신탁은 담보신탁, 처분신탁, 분양관리, 대리사무, 관리신탁 등이 있습니다. 이 중 담보신탁은 소유권을 신탁회사로 이전해주고 담보대출을 할 때 이용됩니다. 처분신탁은 부동산을 처분할 때 법률 세무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신탁사에 맡겨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겁니다.
토지신탁은 개발사업과 관련이 있습니다.토지신탁은 토지를 위임받은 신탁사가 개발계획을 세우고 인허가를 거쳐 분양 건축 준공 등을 진행하는 상품입니다. 신탁사가 사업 주체로 개발 행위를 대행해 주는 겁니다.
관리형 토지신탁은 부동산 소유자가 관리 경험이 적거나 돈을 빌려주는 대주단과 시공사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신탁사를 이용하는 겁니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을 조달(일반 관리형 토지신탁)하고 신탁사가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를 맡는 형태(책임준공 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로 신용을 보강하기도 합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의 전문성과 개발 노하우는 물론 자본을 활용해 개발 사업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신탁사가 공사비 등 사업비를 자체자금으로 부담하고, 분양수입금으로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높습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부동산 호황기 때 책임준공 사업지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시행사는 대주단으로부터 저금리로 PF 대출을 일으키고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신탁사의 책임준공 확약이라는 신용을 보강한 셈입니다. 책임준공형 상품의 최대 장점은 '공사비 확보'를 통해 시공사 신용리스크를 헤지하는 겁니다. 책임준공형 사업을 맡는 시공사는 통상 시공능력평가 50위 바깥에서 700위 내 건설사입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하다고 보면 됩니다. 시장 상승기 때는 분양성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책임준공형 사업장은 시행사와 부동산신탁사가 엄격하게 공사비를 관리합니다. 그런데 최근 1년 새 원자잿값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30%가량 올랐습니다. 레미콘 파업과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안전관리 강화로 공사 기간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실제 공정률 5% 이상 차이가 나는 사업장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악성 분양사업장의 경우 신탁사가 분양대금을 전체 환불한 뒤 강제 공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 주관으로 부동산신탁사 기획 임원들이 모여 책임준공 미이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수주 절차부터 대체 시공사 선정, 손해배상 시 절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갈수록 공기가 지연되는 사업장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달리는 시공사가 몇 개 사업장을 진행하면 공사비 급증의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어집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일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 건설사가 부도가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신탁사 책준 현장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통상 신탁사는 시공사가 정한 준공 예정일 이후 6개월 내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면 됩니다. 1차적으로 시공사가 시행사와 대주단에 1~2개월의 공기 연장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시행사와 대주단은 최근 부동신 시장 여건을 고려해 공기를 연장해주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시공사가 연장 기간에도 준공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신탁사가 마지막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입주가 지연될 경우 시행사는 수분양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도 밟아야 합니다.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1차적으로 시공사가 채무인수를 해야하지만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경우 신탁사가 미상환 대출원리금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합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개발사업 지원하는 부동산신탁
일단 부동산신탁사와 그 업무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신탁사는 부동산을 관리해서 임대수익을 높이거나 새로 지어 분양·임대하고 그 수익을 수익자에게 돌려줍니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을 맡기는 위탁자, 수익을 받는 수익자가 있습니다. 부동산을 맡는 회사가 수탁사인 부동산신탁사입니다.부동산 신탁 업무는 크게 '개발신탁'으로도 불리는 토지신탁과 비토지신탁으로 나뉩니다. 토지신탁은 또 관리형 토지신탁(관리신탁)과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구분됩니다. 비토지신탁은 담보신탁, 처분신탁, 분양관리, 대리사무, 관리신탁 등이 있습니다. 이 중 담보신탁은 소유권을 신탁회사로 이전해주고 담보대출을 할 때 이용됩니다. 처분신탁은 부동산을 처분할 때 법률 세무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신탁사에 맡겨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겁니다.
토지신탁은 개발사업과 관련이 있습니다.토지신탁은 토지를 위임받은 신탁사가 개발계획을 세우고 인허가를 거쳐 분양 건축 준공 등을 진행하는 상품입니다. 신탁사가 사업 주체로 개발 행위를 대행해 주는 겁니다.
관리형 토지신탁은 부동산 소유자가 관리 경험이 적거나 돈을 빌려주는 대주단과 시공사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신탁사를 이용하는 겁니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을 조달(일반 관리형 토지신탁)하고 신탁사가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를 맡는 형태(책임준공 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로 신용을 보강하기도 합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의 전문성과 개발 노하우는 물론 자본을 활용해 개발 사업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신탁사가 공사비 등 사업비를 자체자금으로 부담하고, 분양수입금으로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높습니다.
○부동산 호황기 때 '책임준공형' 상품 급증
시행사와 개발사업에 돈을 빌려주는 대주단은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형 토지신탁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 관리형 토지신탁 중에서 수탁자가 대주단에 준공책임을 확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입니다. 업계에서는 2016년께 책임준공형 상품이 하나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우리자산신탁 신한자산신탁 등 이른바 은행 계열 신탁사를 중심으로 시작해 지금은 보편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신탁사가 자금조달을 포함해 개발행위를 대행하는 개발신탁과 달리 책임준공형 상품은 신탁사가 책임준공 확약을 합니다. 공사비 조달은 대주단이 맡고, 분양 리스크도 대주단과 시행사가 책임집니다. 신탁사는 정해진 시공사가 끝까지 공사를 완수하도록 책임을 지는 겁니다. 신탁사의 개발신탁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수수료)도 적게 듭니다. 대형 건설사가 선호하지 않는 지방 중소 단지에 관리신탁과 개발신탁 수수료의 중간을 찾으려는 신탁사의 니즈가 반영된 상품인 셈입니다.201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부동산 호황기 때 책임준공 사업지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시행사는 대주단으로부터 저금리로 PF 대출을 일으키고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신탁사의 책임준공 확약이라는 신용을 보강한 셈입니다. 책임준공형 상품의 최대 장점은 '공사비 확보'를 통해 시공사 신용리스크를 헤지하는 겁니다. 책임준공형 사업을 맡는 시공사는 통상 시공능력평가 50위 바깥에서 700위 내 건설사입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하다고 보면 됩니다. 시장 상승기 때는 분양성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공사비 인상에 공기 지연 급증 우려
하지만 지난해 이후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책임준공형 사업 현장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고 기존 아파트값이 내리면서 분양시장에도 이상 징후가 감지됐습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책임준공형 현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책임준공형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대형 건설사가 시공·분양하는 사업장보다 단지 규모가 작고, 주로 지방에 있어 수요층도 얇습니다.공사비 조달의 원천은 결국 분양 수익금입니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도 미분양이 나는 상황에서 중소 건설사 이름을 내건 단지의 분양 성적표는 더 처참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이행하기 위해 신탁자산(신탁고유계정)에서 공사비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책임준공형 사업장은 시행사와 부동산신탁사가 엄격하게 공사비를 관리합니다. 그런데 최근 1년 새 원자잿값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30%가량 올랐습니다. 레미콘 파업과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안전관리 강화로 공사 기간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실제 공정률 5% 이상 차이가 나는 사업장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악성 분양사업장의 경우 신탁사가 분양대금을 전체 환불한 뒤 강제 공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 주관으로 부동산신탁사 기획 임원들이 모여 책임준공 미이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수주 절차부터 대체 시공사 선정, 손해배상 시 절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갈수록 공기가 지연되는 사업장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달리는 시공사가 몇 개 사업장을 진행하면 공사비 급증의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어집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일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 건설사가 부도가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신탁사 책준 현장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통상 신탁사는 시공사가 정한 준공 예정일 이후 6개월 내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면 됩니다. 1차적으로 시공사가 시행사와 대주단에 1~2개월의 공기 연장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시행사와 대주단은 최근 부동신 시장 여건을 고려해 공기를 연장해주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시공사가 연장 기간에도 준공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신탁사가 마지막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입주가 지연될 경우 시행사는 수분양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도 밟아야 합니다.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1차적으로 시공사가 채무인수를 해야하지만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경우 신탁사가 미상환 대출원리금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합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