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정부가 유럽연합(EU)의 내연기관차 완전 판매 금지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해 공동 전선을 구축한다. 자동차 산업의 전통 강자인 유럽 국가들이 친환경 전환을 위한 과도한 압박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독일과 이탈리아가 다음주까지 중요 회의를 열어 유럽의회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법안에 대한 공식 승인을 저지하겠다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유럽의회는 지난달 14일 2035년부터 EU 27개 회원국에서 휘발유나 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탄소 배출 규제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30년까지 새로 나오는 승용차 등의 탄소 배출량을 2021년보다 50% 이상 줄여야 한다.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차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전기차를 전면 생산해야 한다.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일부 회원국 정부들 사이에서 "EU가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급격한 목표치를 설정했다"는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독일 정부는 기존 내연기관 엔진에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방안을 예외적으로 면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합성연료는 휘발유 및 경유처럼 연소하지만 탄소배출량은 전기차만큼 덜하다는 것이 독일 측의 입장이다.

이탈리아 환경부는 "전기차가 넷제로를 위한 유일한 길로 여겨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인프라·교통부 장관도 "이번 법안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중국 자동차 회사들에 선물을 안겨주는 꼴"이라며 "유럽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폴란드는 이번 안건에 반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연기관차 금지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결과적으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가리아는 기권 의사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르소 장관은 내연기관차 완전 판매 금지 시점을 EU가 정한 목표보다 늦추기 위해 프랑스, 독일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히며 "오는 3일 로마에서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도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르소 장관은 "유럽의 3대 산업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힘을 합치면 유럽 규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런 가운데 EU는 기업들의 투자금 조달 과정에서 '무늬만 친환경'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이 남발되는 상황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섰다. EU 이사회와 집행위원회, 유럽의회는 지난달 28일 3자 협의 결과 EU 녹색채권(EuGB)을 신설하고 관련 표준을 제정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친환경 산업의 몸집이 커지면서 관련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의 하나로 녹색채권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팽창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상품으로 인한 투자 불확실성 증대 등이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EU는 이번에 새롭게 정한 EuGB 표준이 국제 채권시장에서도 확대 적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