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억유로(약 60조1100억원). 유럽연합(EU)이 지난해 말 조성한 반도체 생산시설 지원 보조금 규모다. 일본도 68억달러(약 8조9400억원)에 달하는 인센티브 패키지를 꾸려 반도체 생산망을 구축하고 나섰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까지 ‘반도체 유치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 정부만 뒷짐을 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에선 신규 반도체공장 건설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현지 반도체기업 외에 인텔, TSMC 등 ‘덩치 큰’ 글로벌 기업까지 신규 생산시설 건설을 적극 검토 중이다. 향후 유럽 반도체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EU가 총 430억유로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유럽 내 공공 및 민간 반도체 생산시설에 지원하는 법안을 시행하면서 시작됐다. EU는 지난해 2월 해당 법안을 마련하고 같은 해 11월 통과시켰다. 세계에서 유럽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현재 10% 수준에서 2030년까지 20%로 확대한다는 게 목표다.

일본도 반도체 공장 유치전에 적극적이다. TSMC가 내년 가동을 목표로 구마모토에 짓는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 1조2000억엔(약 11조5600억원) 중 40%(4760억엔)를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게 대표 사례다. 중국도 최근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메모리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129억위안(약 2조4500억원)을 투자했다.

한국 반도체업계에선 탄식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도 관련 생태계 조성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발의된 반도체기업 추가 세액 공제를 담은 ‘K칩스법’은 7개월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현금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다른 국가들은 날고뛰는데 한국만 우두커니 서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은/노유정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