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 왜 그 회사로 가세요"…대기업 임원의 반전 이직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2차전지 소재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장우 부사장은 'SK맨' 출신이다. 1963년생으로 고려대를 졸업해 SK이노베이션 IR팀장과 CFO(상무)를 거친 그는 2022년 3월 에코프로비엠 사내이사 겸 CFO로 전격 발탁됐다.

최근 에코프로비엠 시가총액(2일 종가 기준 15조6189억원)이 SK이노베이션(14조8407억원)을 넘어서자 김 부사장 눈치를 보는 사람들도 늘었다. 그는 에코프로비엠의 투자비 조달을 비롯한 재무전략을 설계하면서 회사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사채 한도 2000억원을 새로 설정했다. 은행 입출금 통장처럼 언제든지 꺼내썼다 갚을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현재 단기차입금이 3172억원인 이 회사는 단기사채를 발행할 경우 단기차입금이 5172억원까지 늘어난다. 앞서 지난해 6월 24일에도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유상증자를 진행해 1245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이 회사의 계열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3월 기업공개(IPO)에 착수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3월 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기업가치를 3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최대 주주는 에코프로로 지분 69.3%를 보유 중이다. IPO 과정에서 에코프로는 보유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을 일부매각할 전망이다. 에코프로는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에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사의 자금조달 전략 설계는 김장우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가 전방위로 자금 마련에 나서는 것은 에코프로비엠이 양극재 설비투자 작업과 맞물린다. 이 회사는 2022~2026년에 양극재 등 시설 구축에 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헝가리와 캐나다에 양극재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투자비 마련을 위해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비엠은 김 부사장의 재무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무통 모시기에 나섰다. 이 회사는 다음 달 29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순주 에코프로 재경실장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김 실장은 1995년부터 2021년까지 유안타증권 투자은행(IB) 부서에 몸담으면서 기업공개(IPO) 업무를 담당했다.

한화생명(옛 대한생명) 원익머트리얼즈, 예스24 등의 IPO 거래를 다뤘다. 에코프로비엠 이사회에서 자금조달 업무를 담당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김 실장의 선임 배경에 대해 "기업의 자금 조달에 폭넓은 업무 경험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래 자금조달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역할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