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공격적인 '문화 좌파' 시대 막 내린다 [글로벌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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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더 중요" 온건자유주의의 부상
'문화적 좌파(cultural left)'의 시대가 이제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의 글로벌 핫이슈, 오늘은 특정 사안이 아니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분석인 데다, 최근 한국의 'MZ세대 노조' 이슈 등과도 연결지을 수 있어서 말이죠.
FT는 최근 칼럼을 통해 "문화좌파 운동이 2020년 정점을 찍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며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 곧바로 사라진다는 걸 의미하진 않지만(조금씩 막을 내리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 근거를 살펴볼까요?
미국에서는 흑인에 대한 미국 경찰의 총기 오발, 강경 진압 등이 반복되는 와중에 2020년 5월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경찰을 향한 증오 시위가 폭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시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의견을 밝힙니다. 경찰에 대해 지원을 계속하겠다고요.
또 다른 사건을 볼까요? 지난달 중순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돌연 사임했습니다. 그는 2014년부터 9년 가까이 스코틀랜드를 이끌어 온 인물입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그가 사임한 배경에는 성소수자의 법적 성별 정정을 간소화하는 '성 인식 법'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작년 12월 스코틀랜드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영국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됩니다. 영국의 역사상 첫 거부권 행사였다구요. 이에 스터전은 "영국 정부가 심각한 실수를 하고 있다"며 전투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러나 그는 2개월여만에 전격 물러나기로 합니다. 영국 소설 해리포터로 유명한 작가 조앤 롤링은 최근 트랜스젠더 이슈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을 '드레스 입은 남성'이라고 표현하는 SNS에 공감 표시를 했다는 이유로 공격에 시달리면서요. 그런데 최근 그의 소설책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하네요. FT는 "일련의 사건들은 언뜻 보기에 연관성이 전혀 없어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2020년까지만 해도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안티 워크(anti-woke)' 운동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정치화를 반대한다는 취지에서죠. FT는 "애초에 '워크(Woke)'이라는 단어 자체에도 조롱의 뜻이 담겨 있다"며 "만약 이 칼럼에 '문화좌파가 정점을 찍었다'는 표현 대신 '워크(Woke) 운동이 정점을 찍었다'고 썼다면 칼럼 자체가 똑같이 인신공격적이고 싸구려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꼬집습니다. 소위 '뼈 때리는' 일갈이네요.
강경한 문화좌파의 시대의 종말을 예언하는 원인으로는 "시대적 맥락이 바뀌었다"고 짚었습니다. 통상 젊은층 중심의 문화좌파 운동은 시대가 암울할 때, 먹고 살기조차 빠듯할 때 득세한다고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경제가 성장하는 황금기일 때 문화좌파 운동이 명맥을 유지한다는 게 FT의 관점이죠. 적어도 먹고 살만해야, 살림살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때야 문화좌파 운동의 '불만'과 '성토'들이 일반인들의 귀에 들어온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정점을 찍었던 문화좌파 운동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정책 등 경제 확장과 평화의 시기에 시작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각국의 어려움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잇따르고 있죠. 이럴 때 공격적인 문화좌파 운동은 지엽적이고 미시적인 것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비칠 뿐입니다. FT는 말합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거시적인 전쟁을 치르는 동안 (문화좌파 세력의) 미시적인 공격에 동조하는 건 어렵다"구요.
FT는 "단지 보수주의자들만이 진보좌파 진영의 공세에 혀를 찰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며 '온건한 자유주의 세력의 부상'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문화좌파 운동이 계속 과격성을 띤다면 그들은 미움을 받는 것을 넘어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네요. 최근 한국에서 노조 이슈가 뜨겁습니다. 어느새 기득권이 돼 버린 기성 노조를 탈퇴하는 행렬이 잇따르고, 심지어 'MZ세대 노조'가 속출하고 있다구요. 한국 MZ세대는 진정한 자유주의자들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FT는 최근 칼럼을 통해 "문화좌파 운동이 2020년 정점을 찍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며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 곧바로 사라진다는 걸 의미하진 않지만(조금씩 막을 내리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 근거를 살펴볼까요?
3년 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경찰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경찰력 지원을 줄이라(defund the police)"는 진보 진영의 시위가 거셌던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죠.미국에서는 흑인에 대한 미국 경찰의 총기 오발, 강경 진압 등이 반복되는 와중에 2020년 5월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경찰을 향한 증오 시위가 폭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시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의견을 밝힙니다. 경찰에 대해 지원을 계속하겠다고요.
또 다른 사건을 볼까요? 지난달 중순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돌연 사임했습니다. 그는 2014년부터 9년 가까이 스코틀랜드를 이끌어 온 인물입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그가 사임한 배경에는 성소수자의 법적 성별 정정을 간소화하는 '성 인식 법'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작년 12월 스코틀랜드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영국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됩니다. 영국의 역사상 첫 거부권 행사였다구요. 이에 스터전은 "영국 정부가 심각한 실수를 하고 있다"며 전투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러나 그는 2개월여만에 전격 물러나기로 합니다. 영국 소설 해리포터로 유명한 작가 조앤 롤링은 최근 트랜스젠더 이슈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을 '드레스 입은 남성'이라고 표현하는 SNS에 공감 표시를 했다는 이유로 공격에 시달리면서요. 그런데 최근 그의 소설책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하네요. FT는 "일련의 사건들은 언뜻 보기에 연관성이 전혀 없어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2020년까지만 해도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합니다.
"문화좌파 운동도 먹고 살만 해야 가능한 것"
미국 민주당이 내세운 '워크(Woke·깨어있는) 자본주의' 운동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죠. 워크 자본주의란 여성들의 낙태권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기업들의 경영 방식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기업이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를 넘어서 노조, 고객, 지역사회 등 사회 전반의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방식과 맞물려 최근 몇 년 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았습니다.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안티 워크(anti-woke)' 운동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정치화를 반대한다는 취지에서죠. FT는 "애초에 '워크(Woke)'이라는 단어 자체에도 조롱의 뜻이 담겨 있다"며 "만약 이 칼럼에 '문화좌파가 정점을 찍었다'는 표현 대신 '워크(Woke) 운동이 정점을 찍었다'고 썼다면 칼럼 자체가 똑같이 인신공격적이고 싸구려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꼬집습니다. 소위 '뼈 때리는' 일갈이네요.
강경한 문화좌파의 시대의 종말을 예언하는 원인으로는 "시대적 맥락이 바뀌었다"고 짚었습니다. 통상 젊은층 중심의 문화좌파 운동은 시대가 암울할 때, 먹고 살기조차 빠듯할 때 득세한다고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경제가 성장하는 황금기일 때 문화좌파 운동이 명맥을 유지한다는 게 FT의 관점이죠. 적어도 먹고 살만해야, 살림살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때야 문화좌파 운동의 '불만'과 '성토'들이 일반인들의 귀에 들어온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정점을 찍었던 문화좌파 운동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정책 등 경제 확장과 평화의 시기에 시작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각국의 어려움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잇따르고 있죠. 이럴 때 공격적인 문화좌파 운동은 지엽적이고 미시적인 것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비칠 뿐입니다. FT는 말합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거시적인 전쟁을 치르는 동안 (문화좌파 세력의) 미시적인 공격에 동조하는 건 어렵다"구요.
FT는 "단지 보수주의자들만이 진보좌파 진영의 공세에 혀를 찰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며 '온건한 자유주의 세력의 부상'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문화좌파 운동이 계속 과격성을 띤다면 그들은 미움을 받는 것을 넘어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네요. 최근 한국에서 노조 이슈가 뜨겁습니다. 어느새 기득권이 돼 버린 기성 노조를 탈퇴하는 행렬이 잇따르고, 심지어 'MZ세대 노조'가 속출하고 있다구요. 한국 MZ세대는 진정한 자유주의자들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